미국의 조 바이든 부통령이 17일 중국을 찾는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이후 미국 고위급 인사로는 첫 중국 방문이다. 현안은 두 가지가 될 것 같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와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의 경기를 어떻게 부양할 것이냐의 문제다. 미국은 대만에 F16 전투기와 디젤 잠수함 등을 파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의 반대로 고심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의 위안화 절상과 긴축정책 완화 등이 간절한 상황이어서 예전처럼 무기 판매를 밀어붙이기 쉽지 않아졌다. 바이든 부통령의 방중은 이처럼 복잡한 정황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중국의 반응은 냉담하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주말 돈을 풀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인민은행은 "인플레이션 억제가 올해 경제 운용의 최대 과제"라며 "긴축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리나 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천더밍 상무부 장관도 최근 "중국은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외환 개혁을 견지하겠다"며 급격한 위안화 절상에 대해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신용등급 하락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공격적이었고 중국은 방어적이었다. 미국은 연일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면서 중국 경제에 훈수를 뒀다. 남중국해 사태 등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응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은 "미국의 빚중독을 치료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재정지출 삭감을 위해 군사비와 복지비를 줄이라는 충고까지 하고 있다. 미국이 국방비 4000억달러를 삭감하는 자구안을 마련하는 동안 중국은 항공모함을 띄우며 군사력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주요 2개국(G2)'의 일원으로 급부상했다. 이번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 역시 중국에 또 다시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리다오구이(李稻葵) 칭화대 교수는 최근 "미국의 부채위기는 중국의 거시정책에 대한 서구의 간섭을 피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 부채위기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전략적 이해를 관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 'AA로 강등된 미국의 처지'를 실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