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관중석서 QR코드로 통닭 주문까지
가족과 함께 야구장을 찾은 직장인 김한경씨.경기 관람 중 출출하던 그는 통닭과 맥주를 주문하기 위해 모바일카드가 탑재된 휴대폰을 꺼냈다. 앉아 있던 좌석 등받이에 붙어 있는 QR코드에 휴대폰을 갖다 대자 매점에서 팔고 있는 모든 상품과 가격이 화면에 나타났다. 음식을 선택하고 나니 결제창이 떴고 김씨는 카드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10분 뒤 김씨의 위치를 확인한 배달원이 김씨의 자리까지 음식을 가지고 왔다. 하나SK카드가 다음달 출시할 예정인 모바일 결제서비스 '스마트 오더'를 미리 본 모습이다.

신용카드사들의 모바일 결제 기술 개발 경쟁이 뜨겁다. 모바일카드가 기존 플라스틱카드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모바일 결제만큼은 비자카드 등 국제카드사에 기술 표준을 뺏기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커피숍에서 줄 설 필요 없어"

하나SK카드 관계자는 "상품 선택과 결제,배달이 앉은 자리에서 한꺼번에 이뤄지는 '스마트 오더' 서비스를 내달 중 야구장 등에서 1단계로 오픈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회사 측은 향후 일반음식점 등 모든 가맹점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내달부턴 점심을 먹은 후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직장인들의 모습도 사라질 전망이다. 신한카드가 출시 예정인 '스마트 주문' 애플리케이션 덕분이다. 고객은 이 앱을 이용해 커피전문점을 직접 찾지 않고도 미리 주문 및 결제를 할 수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카페베네 등에서 시범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대형 가맹점부터 카드 결제가 불편했던 중국집 등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영화관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영화 포스터에 NFC태그를 심어 놓고 휴대폰으로 읽으면 영화 예고편 및 음악(OST)을 들을 수 있으며 마음에 들면 바로 결제도 가능하다. 오는 11월부터 메가박스 씨너스 등 영화관 10곳에서 시범 실시된다.

현대카드도 자사가 열고 있는 '슈퍼콘서트' 등 공연 포스터를 휴대폰으로 스캔하면 공연 정보 제공 및 티켓 구매와 발급까지 이뤄질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국민카드는 4분기부터 제휴가맹점을 찾은 고객이 매장에 준비된 '스마트 태그(tag)'를 활용해 해당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 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비씨카드는 차세대 모바일카드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공동개발,상용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결제 표준 뺏기면 끝장"

신용카드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비자카드 등이 잇따라 새로운 결제시스템을 내놓기로 한 데 따라 차세대 카드 결제 표준을 선점하려는 것이다.

비자카드는 내년 하반기 휴대폰 등에서 한 번의 클릭으로 전자상거래를 가능케 하는 전자지갑을 내놓을 계획이다. 비자의 전자지갑은 매번 이름,주소,비자번호,보안코드 등을 입력해야 가능한 현재 결제시스템의 불편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모바일카드가 활성화될 경우 현재와 같이 비자의 결제 표준을 따르게 된다면 국내 로컬카드가 없어지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우려했다. 여기에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키로 하면서 미래 결제 표준의 패권을 쥐려는 통신사 · 제조사 · 카드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비자가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NFC(근거리무선통신) 결제 표준화에 대해 견제하고 나선 것"이라며 "한국의 독자적인 결제표준안보다 비자와 다국적 기업이 참여하는 국제표준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