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이 스스로 고배당을 자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그러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주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금융감독 당국과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금융지주 배당금' 문제를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1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위원회 주최로 열린 금융지주사 회장 초청 간담회에서다.

◆중동자금 유치 TF 구성

금융감독 당국이 국내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을 한자리에 소집한 것은 지난 4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문제로 모인 이후 4개월 만이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이팔성 우리금융 회장,한동우 신한금융 회장,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참석했다.

이날 모임의 취지는 '시장 불안에 따른 대응방안 논의'였다. 지난주 주가가 폭락하고 세계 경제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금융지주사 회장들에게 "시장이 불안하다고 해서 금융회사가 불안감을 확산시켜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또 "국내 은행들이 외화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정부와 한국은행에 의지하는 악순환이 반복돼선 안 된다"며 "외화차입선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이와 관련해 "정부가 중동자금 유치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예정이므로 각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고배당 논란 두고 '신경전'

매끄럽게 진행되는 듯 하던 회의 분위기는 고배당 이야기가 나오면서 다소 격앙됐다. 회의에 참석한 권 원장이 금융지주회사들의 '바젤Ⅲ'기준 충족 여부를 문제 삼은 것이 발단이었다. 권 원장은 "2013년부터 바젤Ⅲ가 실시되면 자기자본비율을 10.5% 이상으로 맞춰야 하는데 은행은 걱정 없지만 금융지주회사는 맞추지 못하는 곳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당보다는 자기자본 확충에 신경 써야 할 때"라고 했다.

이에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발끈했다. 어윤대 회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회장도 "시간이 아직 있는데 우리만 급하게 바젤Ⅲ를 적용해야 하느냐"며 "외국 은행들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좋다"고 완곡하게 비판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은/류시훈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