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사진)이 임기를 1년2개월이나 앞둔 16일 갑작스레 사의를 표명한 것은 하이닉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이닉스 매각과정에서 온갖 루머가 불거지면서 인수후보 기업의 반발과 채권단 내부의 갈등 등이 채권단 좌장 역할을 해 온 유 사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는 얘기다.

하이닉스 매각작업이 삐걱거린 건 SK텔레콤과 STX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고 20일가량 지난 7월 말부터다. '채권단이 구주를 많이 인수한 기업에 가점을 주기로 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채권단이 당초 신주발행을 최대 10%까지 허용할 것이란 방침을 바꿔 신주를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루머도 돌았다.

SK텔레콤과 STX 입장에선 신주를 발행하지 않을 경우 인수 후 투자비 부담이 커지게 된다는 점에서 강력 반발했다. SK텔레콤에선 "채권단이 매각조건을 바꾸면 입찰에 불참하겠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유 사장은 지난 1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채권단이 구주 인수에 가점을 부여할 것,해외자본 지분 참여를 제한할 것이란 루머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가 "경영권 프리미엄 총액을 따져 더 많은 기업이 인수하게 될 것"이라고 한 발언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금융계에선 SK텔레콤 등 인수 후보업체가 지나치게 여론몰이에 나선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유 사장이 내년 4월 총선에 나가기 위해 사의를 표명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유 사장은 이날 하루종일 전화를 받지 않았다.

류시훈/이태명 기자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