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사가 밤샘 교섭 끝에 17일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다시 마련했다. 노조 측은 19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갖고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 16일 경기 광명시 소하리공장에서 마라톤 협상을 시작해 17일 새벽 4시쯤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노사 양측은 지난달 27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으나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최종 부결됐다. 이후 지난 11일과 16일 두 차례 협상을 통해 재합의안을 도출했다.

재합의안은 사측과 노조 모두에게 실리와 명분을 안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합의안에 따르면 △교통사고 유자녀 특별장학금 지급을 위한 사회공헌기금 50억원 조성 △추석연휴 휴무 1일 △재직중 사망 조합원 유자녀에 대한 고교 장학금 지원 등이 추가됐다. 기아차 관계자는 "재합의안은 노사가 추가 임금인상 대신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선택한 것으로 달라진 노사문화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 노사는 총 5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이를 교통사고 유자녀(소년소녀 가장)들에게 향후 10년에 걸쳐 특별장학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사회적 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사내협력사 직원들의 근로조건과 처우도 원청사인 기아차 노사가 앞장서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앞서 기아차 노사는 지난달 27일 △기본급 9만원(5.17%) 인상 △성과 · 격려금 300%+700만원 지급 △회사주식 80주 지급 등에 합의했다.

사측은 더이상 내놓을 카드가 없는데다 노조 일정을 감안할 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달 새 집행부 선거가 예정돼 있어 노조가 선거체제에 돌입해 협상이 어려워지는 데다 새 집행부가 꾸려지면 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찬반투표에서 예상을 뒤엎고 부결된 만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총 관계자는 "이번에도 부결되면 새 집행부와의 재협상은 11월에나 가능하다"며 "최악의 경우 내년까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