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핵심부가 20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한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 띄우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 전 대표의 사재출연에 대해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참모진 보고가 있기도 전에 정 전 대표의 사재출연 보도를 먼저 소개하며 이 같은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에서도 정 전 대표의 사재출연에 대한 '칭찬릴레이'가 이어졌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 중진 연석회의에서 "정 전 대표가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5000억원의 사회복지재단 설립 자금을 출연한 데 대해 한나라당은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제시한 공생발전의 취지에 매우 적합한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정 전 대표가 사재를 출연해 기부재단을 설립한 부분에 경의를 표한다"며 "같은 한나라당 의원으로서 자랑스럽고 함께가는 사회의 기반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여권 핵심부를 중심으로 정 전 대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선 그간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로 힘을 받지 못했던 '박근혜 대항마'를 세우려는 움직임이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 이후 침체의 늪에 빠졌던 친이계는 자파의 대선후보인 정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중심으로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모습이 엿보인다. 한 친이계 핵심 의원은 "사실 정 전 대표의 지지율이 바닥을 면치 못해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는데 예상치 못한 사재출연으로 여론의 관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고 평했다.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오 시장의 지지율이 다른 친이계 후보들에게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 전 대표가 사재출연을 계기로 지지율이 올라간다면 친이계 대선후보가 의미 있는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 대표까지 '정몽준 띄우기'에 가세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정권 재창출'을 위해 의미 있는 '박근혜 대항마'가 필요하다는 여권 핵심부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동회/차병석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