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포인트는 돈과 같다. 각종 물품을 사거나 세금으로 낼 수도 있고,이자가 붙기도 한다. 모든 상거래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카드 이용자의 재산이다. 하지만 이를 다른 사람에게 주는 방법은 막혀 있다. 신용카드 약관에서 포인트의 양도와 대여,상속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 이용자의 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이유다.

지난해 사용 시한을 넘겨 소멸된 카드 포인트는 1150억원에 이른다. 포인트 소유자가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거나 팔 수 있다면 그렇게 많은 포인트가 카드회사 주머니로 흘러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카드회사들은 고객이 쓰지 않아 소멸된 신용카드 포인트와 낙전 수입을 합해 해마다 2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고객들의 재산으로 생색을 내고 있는 셈이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포인트가 고객의 재산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실무적인 문제점을 들어 약관 변경이 곤란하다고 설명한다. 회원 동의를 새로 받아야 한다거나,포인트 양도를 위한 별도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같은 회사라도 신용카드에 따라 포인트 종류가 다르고 상품을 설계할 때 포인트 사용 비율 등을 감안하기 때문에 포인트 양도를 무작정 허용했다가는 손해가 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그러면서 "자사 홈페이지에서 포인트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섹션을 강화해 소비자들이 쉽게 포인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카드회사들이 어떤 이유나 설명을 하더라도 고객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본질적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카드회사들은 포인트 양도의 실효성이 없다고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다. 포인트 양도만 가능해지면 이를 주고받는 일이 늘어나게 되고,거래시장도 반드시 생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용카드 약관을 담당하는 행정당국도 포인트 양도 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카드회사와 소비자가 약관을 바꾸는 데 동의하면 변경이 가능하다고 말할 뿐이다. 카드회사가 스스로 포인트 양도를 허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당국의 이 같은 태도는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약관 규제법 6조에서는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로 규제하며,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은 공정성을 잃었다고 본다.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박종서 경제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