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잦은 비와 흐린 날씨로 인한 '웨더쇼크'가 농업,유통업계,건설업계,스포츠 · 레저산업 등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빙과류 등 무더위 상품의 매출이 줄어들고 야외 레저시설의 내장객도 크게 감소했다. 일조량 부족으로 농산물 출하량이 줄고 가격이 급등하면서 벌써부터 추석 상차림에 대한 우려도 크다.

◆농작물 피해 심각,가격 급등

일조량 부족으로 농산물 출하량도 줄어들었다. 곡물,과일,야채가 본격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시기에 햇볕이 사라지면서 농작물 작황이 나빠진 탓이다.

농어촌경제연구소 관측센터의 '8월 농업관측 월보'에 따르면 집중호우로 인한 생육 부진과 병충해 등으로 대부분 과일류와 채소류의 이달 출하량이 1년 전에 비해 10~30%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참외는 침수피해로 출하 면적이 전국적으로 26% 감소한 데다 경북 안동지역에서 병충해까지 나타나 8월 출하량이 작년보다 30%나 줄 것으로 관측됐다. 수박도 충남 논산과 전북 익산에 침수면적이 늘어 출하량이 19% 감소할 전망이다.

채소류 중에선 풋고추 피해가 가장 크다. 주산지인 강원도의 출하량이 이달에만 2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애호박(13%) 쪽파 · 오이(12%) 토마토(11%) 방울토마토(8%) 등도 줄줄이 출하량 감소가 예상됐다. 17일 풋고추의 평균 도매가격은 10㎏당 3만9400원으로 1년 전(2만5800원)보다 52% 올랐다. 토마토도 10㎏당 2만9400원으로 1년 전(1만9000원)보다 54% 뛰었다. 애호박(44%) 적상추(37%)도 가격이 급등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상황이 악화되면 배추 등 일부 품목에선 작년처럼 대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무더위 상품' 한철 장사 놓쳐

한여름 대표상품인 음료와 빙과류는 집중호우의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한 달간 남양유업의 인기제품인 '몸이 가벼워지는 시간 17차(茶)' 판매량은 450만개로,작년 이맘 때(520만개)에 비해 13% 이상 감소했다.

롯데제과도 대표 아이스크림인 '월드콘'과 '설레임'의 판매량이 같은 기간 10%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편의점 GS25에서는 이른바 '쭈쭈바'라 불리는 튜브형 빙과류의 점포당 매출이 올 7~8월 작년 대비 1%대 증가에 그쳐 매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해가 뜬 날이 1주일 남짓에 불과해 영업 부서에선 걱정이 많다"며 "8월이 지나기 전에 무더위가 찾아오기를 기대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인 남한강 구간 제6공구 강천보사업단의 경우 당초 지난달 15~20일에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장마가 길어지고 다시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완공 일자가 이달 중순으로 연기됐다. 여주보와 이포보 쪽도 10일 정도 공기가 늦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아파트 건설업체들은 실내 인테리어 공사 등만 부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일감이 끊기면서 일용직 노동자가 생활고를 비관하며 자살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레저산업 타격…정신과 환자도 늘어

골프장의 경우 경기도 포천의 썬힐GC(36홀)는 7월 초부터 최근까지 내장객이 전년 대비 최대 30% 줄었다. 중부CC(경기도 광주 · 18홀)는 총 10개홀에서 페어웨이가 붕괴되거나 매몰,침수됐고 티박스와 그린 등이 유실됐다. 양주CC는 7개의 그린이 유실돼 수리를 거쳐 19일 재개장할 계획이다.

프로야구는 올 시즌 개막 이후 지난 17일까지 73경기(16%)가 비로 취소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취소된 경기를 치르기 위해 페넌트레이스 일정이 10월 초까지 미뤄질 것 같다"며 "앞으로 우천 취소 경기가 더 늘어난다면 더블헤더나 월요 경기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조량 부족으로 병원을 찾는 우울증 환자도 늘었다. 서호석 서울 강남차병원 정신과 교수는 "올여름엔 작년보다 우울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20%가량 늘었다"며 "계절성 우울증은 늦가을부터 초겨울에 심한데 올해는 여름에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서보미/임현우/안정락/한은구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