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통 아니냐…" "대기업, 이윤만 집착 머리가 안 돌아가" 막말
17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주최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대한 공청회'에서 여야 정치인들은 경제단체장들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경제단체의 입장을 듣는 자리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경제계를 성토하는 청문회에 가까웠다. 여야 의원들은 대 · 중소기업 동반 성장의 걸림돌로 지적돼 온 납품단가 인하 논란부터 불공정 하도급,중소기업 업종 침해,일감 몰아주기 행태 등을 질타했다.

심지어는 '전경련을 해체하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여야의 경쟁적인 대기업 때리기에 경제단체장들은 할 말을 다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조경태 민주당 의원은 "국민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줬기 때문에 지금의 대기업이 있는 것 아닌가. 그랬으면 대기업은 국민,중소기업에 보답해야 하는데 오히려 대기업들은 떡집 어묵가게 등 중소기업 업종까지 진출하고 있다"며 "이래서 되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대기업 행태를 비난하다 "내가 일본 '왜놈'들을 안 좋아하는데 일본 기업 총수가 이런 말을…"이라고 말했다가 같은 당 김영환 위원장으로부터 '과격한 단어는 삼가달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같은 당 노영민 의원은 "대기업이 그런 데(정치권 로비)까지 신경쓸 정열이 있다면 고용을 확대하고 상생 협력을 강화하는 데 쏟아야 한다"며 "대단히 부적절한 행위"라고 질타했다.

최연희 무소속 의원은 "동반 성장을 하려면 대기업들의 자발적인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며 "그런데 하는 것을 보면 대기업들이 이윤 추구에만 집착하다 보니 (상생에는)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 것 같다"고 비아냥거렸다.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은 "서양은 오래 전부터 '노블레스 오블리주'처럼 고위층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전통이 있었으나 우리는 그렇지 못한 면이 있다"며 "대기업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헌신하고 배려해야 하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이 집중 포화를 맞았다.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전경련이 국회 로비나 꾸미고 있으니 '전국경제인로비연합'이라는 지적까지 받는 것"이라며 "전경련을 발전적 해체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진 한나라당 의원도 "국민은 전경련이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 질문을 던진다. 총수 사랑방 모임도 친목모임도 아니다. 그렇다고 대기업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며 "차라리 전경련을 과감하게 발전적 해체시키고 국가적 시대정신을 모색하기 위한 선진 싱크탱크를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종혁 의원은 "대기업 횡포 지적은 좋지만 전경련을 해체하자는 과격한 주장은 적합한 지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경제단체장들은 대체로 동반 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지만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확산되는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동반 성장 문제를 어느 한 쪽에서만 보거나,어느 한 부분이 지나치게 과대 포장돼 반기업정서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상호 대립적이며 일방적인 수혜자와 피해자의 관점으로 파악하는 사회 분위기는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 · 중소기업이 고유의 역할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며 "특히 중소기업에 일방적인 특혜를 주는 약자 보호형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동반 성장은 제도화를 통해 일률적으로 해결하자면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기업이 스스로 필요성을 깨닫고 자발적으로 시행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대표로 나온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대기업은 납품단가 현실화에 미온적이고 백화점의 판매수수료율은 최고 39%에 달해 입점 업체의 불만이 가득하다"며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을 개선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