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볕든 날' 사흘뿐…여름장사 눈물난다
잦은 비로 뚝 떨어진 일조량과 낮은 기온이 이어지는 '웨더 쇼크(weather shock)'가 내수시장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과일 · 채소 · 곡물 작황은 물론이고 패션 의류 식품 여행 관광 가전 등 '계절 시장' 전반이 영향권에 들었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전국의 평균 일조량(8월1~16일)은 54.2시간으로 최근 30년 동안 평균치(96.9시간)의 55.9%에 불과했다. 8월 서울 하늘에 '쨍하고 해뜬 날'은 고작 3일뿐이었다.

서울의 이달 17일 동안 일조량은 30년 평균 일조량의 19.7%인 21.2시간.1907년 기상청 관측 이래 세 번째로 적다. 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6일 동안은 구름 사이로 잠시도 해를 구경할 수 없었다. 대전도 같은 기간 일조량이 42.8시간으로 30년 평균치 96.3시간의 44.4%에 불과했다.

궂은 날씨 탓에 참외 수박 등 과일과 풋고추 애호박 등 채소류 출하량이 예년보다 10~30% 줄었다. 생산량 부족으로 판매가격은 급등세다.

이상기후는 계절 상품 판매량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음료와 빙과류 업체는 작년보다 10~13% 매출이 감소해 울상이다. 대형마트의 여름 인기 상품인 수영복 선풍기 맥주는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달에 21일 이상 비가 내렸고 이달 들어서도 볕을 볼 수 없어 죽을 맛"이라며 "요즘 빙과업체 영업맨들 사이에는 '지우제(止雨祭)라도 지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심심찮게 나온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와 골프장,프로야구 등 레저업계도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일조량 부족으로 정신과 병원을 찾는 계절성 우울증 환자도 늘었다.

김동민/강경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