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 지하철 역, 대형마트, 영화관 등 웬만한 공공장소 화장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손 건조기.

우리 손을 깨끗히 씻은 후 안전하게 말려줄 거라 믿었던 손 건조기에서 식중독을 유발하는 세균 바람이 나온다면?

한 제보자는 '불만 제로' 제작진에게 "뜯어보면 먼지, 벌레, 각종 유해물질이 들어가서 내부에서 서식하게 되어 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덥고 습한 요즘 날씨에 가장 걱정되는 것 중 하나가 공중 화장실 위생이다.

제작진이 다양한 장소의 공중화장실을 돌며 외부 상태를 확인한 결과, 사람 눈이 잘 닿지 않는 곳에 먼지는 물론 사람 머리카락 까지 엉겨 붙어 있는 광경을 목격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전문가에 따르면 손 건조기는 화장실 내부의 공기를 흡입해 다시 내뿜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외부의 오염 물질이 여과없이 기계 내부로 들어가 송풍구까지 오염시킬 수 있다고 한다.

제작진은 관할 구청의 도움을 받아 한 공중화장실의 손 건조기를 분해해 봤다. 놀랍게도 손 건조기 내부 역시 먼지는 물론 사람의 머리카락, 심지어는 담배꽁초까지 들어가 있었다. 과연 이런 손 건조기에서 내뿜는 바람엔 문제가 없을까?

불만제로는 서울 및 지방의 공중화장실에 설치된 16개의 손 건조기의 ‘흡입구’, ‘송풍구’, ‘송풍구에서 나오는 바람’과, 손을 깨끗이 씻은 후 손 건조기를 사용해 말린 손에서도 샘플을 채취, 세균 검사를 의뢰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총 16개의 손 건조기 모두에서 다양한 균이 발견 되었는데. 화장실 공기가 빨려 들어가는 흡입구의 경우 세균 10종, 곰팡이균 10종이 발견되었고, 바람이 나오는 송풍구의 경우 7종의 세균과, 7종의 곰팡이 균이 발견됐다. 더구나 사람 손에 직접 닿는 ‘바람’에서는 흡입구나 송풍구 보다 많은 14종의 세균이 검출됐고, 곰팡이균도 6가지나 발견됐다. 이 세균들은 식중독을 유발하는 황색포도상구균, 바실러스균은 물론, 대장균까지 다양했다.


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취재 결과, 전기기기에 속하는 손 건조기의 경우 살균이나 항균에 대한 성능 평가 기준이 따로 없기 때문에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 게다가 공중화장실 관계자들은 손 건조기 내부 청소에 대한 기준이 따로 없으며, 대부분의 손 건조기들이 열고 닫기가 어려워 내부청소를 자주 할 수 없다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관계 부처의 기준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