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말들을 하는데 지금은 숲보다는 좋은 나무를 고르는 게 더 중요한 시기다"

인종익 섹터투자자문 대표는 22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추세적인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개별 종목을 제대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인 인 대표는 '중소형주 투자의 귀재'로 불리며, 국내 중소형 가치주 펀드의 원조격인 유리자산운용의 ‘유리스몰뷰티주식C’를 2004년 만들어 2009년까지 운용하면서 319.3%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자본금 55억원으로 설립된 섹터투자자문의 현재 운용자산은 약 1800억원(7월 현재)이다.

◆ "경기회복 기대 꺾여…지수 예측 의미 없어"

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꺾인 것은 받아들여야 하다는게 인 대표의 판단이다. 더 이상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 2300선 이상 오를 것인지 아닌지를 예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인 대표는 "현재의 금융위기와 경기둔화 우려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재정위기는 2008년 은행권을 중심으로한 민간 금융 시스템의 위기를 국가가 떠안으면서 국가부채 문제로 전이된 것이기 때문에 경제 시스템 전반에 걸친 재정비 작업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의 경제대국인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국가부도를 맞게 되는 최악의 상황은 우려로 그칠 것"이라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워낙 많은 상태라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부침을 겪으면서도 향후 2년 내에는 국가 재정문제 해결과 경기회복을 위한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 대표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2013년까지 동결하기로 한 것으로 미뤄볼 때 그때까지는 경기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 대해서도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갑작스레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향후 1~2년 간 중소형주 글로벌 성장성에 주목해야"

인 대표는 "짧게는 6개월에서 1년, 길게는 2년 정도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면서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투자자들은 실적을 기반 삼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가능한 종목을 고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한 기업들은 기존 대기업보다 중소형주에 많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예전에는 중소형주를 단순 가치주로 보거나 대형주가 많이 올랐을 때 소외를 받아 생긴 가격 메리트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이제는 기존 대기업의 성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나타나는 시기"라고 말했다.

단순히 기존 주도주인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이나 대형주에 대한 대안 투자 수단이 아니라 경기 변화에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으면서도 폭발적인 성장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들이 있다는 게 인 대표의 말이다.

향후 1~2년 동안은 1700여개 중소형업체 중에서 제2, 3의 현대차 기아차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업체를 찾는 데 주력하라는 것.

◆ "160여개 세부업종 중 진짜 '옥석 가리기' 시작됐다"

인 대표는 "전방산업의 대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후행하는 소재 장비 부품업체들 또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하는 업체들에 기대를 걸어 볼 만하다"며 160여개의 세부업종 가운데 자동차부품, 정밀화학소재, 네트워크비즈니스, 문화콘텐츠 분야를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업종별 종목으로는 한라공조 에스엘(이상 자동차부품주), 성원산업 코오롱인더스트리 국도화학(이상 정밀화학소재), 한진 대한통운(이상 네트워크비즈니스), 게임빌 SBS콘텐츠허브 에스엠(이상 문화콘텐츠) 등의 사례로 들며 성장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자동차부품주에 대해서는 글로벌 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인 대표는 "완성차 시장은 더 이상 큰 성장률을 보이기 쉽지 않다"며 "그 대신 제품·가격 경쟁력을 갖춘 부품업체들은 기존 현대·기아차에서 GM이나 도요타 등으로까지 부품 공급선을 확대하면서 신규 매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정밀화학 분야 역시 시장 수급 상황에 민감한 기초원자재 분야보다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된다"며 "일종의 니치마켓 플레이(틈새전략)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에 적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인플레이션과 원화 강세 시기는 오히려 '기회'"

올해 초부터 지속된 원화 강세 기조도 경쟁력을 갖춘 중소형 업체들은 감내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인 대표는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지면 수출업체들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분 만큼 이익에서 손실이 발생한다.

인 대표는 "환율 하락(원화 강세)에 따라 수출업체의 수익성이 일정 부분 훼손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미 달러화 약세로 인한 아시아 통화의 강세 흐름은 원화보다 일본 엔화 등이 더 심한 편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강화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업체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선제적으로 설비 투자를 했던 기업들은 실물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며 "예를 들어 4~5년 전 1000억원의 설비투자비용이 필요했던 화학플랜트 건설비용이 현재 1500억원이라면, 그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위험회피) 기능을 발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 대표는 또 "유망 중소형주들 중에서도 주가수익비율(PER) 5~6배에 머물러 있는 업체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덜어주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 세계 경기둔화 우려에 따라 기업들의 이익이 당초 추정치보다 10%가량 축소되더라도 저평가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주가가 더 나빠질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