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시작한 지 10년이 채 안 된 사람들에게는 김성윤(29 · 사진)이라는 이름이 낯설지도 모른다. 그는 10여년 전 아마추어로는 가장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1999년 안양 신성고 재학 시절 스승인 김영일 프로와 미국에서 전지훈련 중 US아마추어챔피언십에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 자격으로 이듬해 한국인으로는 한장상에 이어 두 번째로 '꿈의 무대'인 마스터스에 나가는 영광을 안았다.

마스터스 출전 직후 프로로 전향한 그는 국내 시드전까지 통과하며 승승장구했다. KTF(현 KT)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계약도 했다. 그러나 그 후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가 재기의 샷을 날리며 팬들 앞에 다시 섰다. 2주 전 한국남자프로골프 조니워커오픈에서 1타차 준우승을 했다. 태풍으로 마지막날 경기가 취소돼 역전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는 최근 돌을 맞은 아들을 둔 가장이다. 그는 지난 시절의 스포트라이트는 모두 잊었다고 했다. "그 당시 골프를 너무 쉽게 생각했죠.운이 좋았고 또래들보다 체격이 좋아 우승한 것인데 실력이 출중하다고 착각했어요. 제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알았지만 단점을 보완할 생각은 않고 무조건 할 수 있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자신감을 잃게 되고 골프가 싫어졌지요. "

2002년 말에는 KTF에 계약을 중단하고 군대에 가겠다고 말했다. KTF는 1년 남은 계약 기간을 군대 이후로 연기해줬다. "당시 KTF가 계약을 연기해주지 않았다면 다시 골프를 하지 않았을 거예요. 지금도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어요. "

그는 2009년 말 한국과 일본에서 시드를 다 잃어버렸다. 결혼을 앞둔 그는 골프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했다. 부모와 아내의 권유로 골프채를 다시 잡은 그는 옛 스승 김영일 프로를 찾아갔다. 흔쾌히 받아준 스승은 과거의 템포를 찾도록 해주고 단점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

"스승님은 연습을 시합처럼 시켜요. 4명이 라운드하면 얼마씩 내서 1등이 가장 많이 가져가고 꼴찌를 하면 몇 ㎞씩 뛰는 벌을 줘요. 연습을 실전처럼 하니까 제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

그는 이를 극복하며 게임을 풀어나가는 능력과 자신감을 키웠다. "훗날 랭킹이 올라가면 마스터스에도 나갈 수 있겠지요. 꾸준한 성적으로 세계 10위권에 들고 싶습니다. "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