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은 이달 초 여름휴가를 가면서 책 7권을 구입했다. 비서실에는 그중 '창업국가'라는 책의 일독을 권했다. 조그만 신생국가 이스라엘이 일류국가로 경제성장한 비밀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요지다. 내달 24일이면 대법원장 직에서 물러나는 68세 노(老) 법률가의 최대 관심사는 '혁신'이라는 얘기다.

6년 전 대법원장에 오를 때도 그의 화두는 혁신이었다. "(검찰의) 수사기록을 던져버려라"라는 취임 일성은 법조계를 벌집 쑤신 듯 뒤집어 놓았다. "말로 재판하자"며 법정에서 구술심리제도를 적극 채택할 것을 강조했다.

지금은 당연하게 들리지만 당시만 해도 파격이었다. 한 식구인 판사들도 편치 않았다. 검찰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놓은 조서로 재판하는 관행을 송두리째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언짢은 대목일지 몰라도 지난 6년간 구속영장 발급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등 인권보호 측면에서도 적잖은 진전이 있었다.

조만간 사법부에 새로운 수장이 나온다. 사실 누가 되든 일반인들이야 관심 밖이다. TK(대구 · 경북) 출신이면 어떻고,대법관을 거치지 않았으면 어떤가. 다행히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대부분 넉넉한 인품에 짱짱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전관예우 관행을 뿌리뽑고,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판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려면 나이에 상관없이 혁신적인 마인드가 필수다. 상대적으로 변화에 느린 법원에 신선한 '한방'을 안겨줄 후임자가 임명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