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자이 e편한세상 등 브랜드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학군 교통 등 입지여건이 거의 비슷하고 입주는 2년가량 늦은 새 아파트가 브랜드 탓에 값이 싸다면 집주인들로선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서울 반포동 사평대로를 사이로 마주 보고 있는 반포자이와 반포리체 얘기다.

17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반포리체 전용 84㎡는 12억원으로 12억9000만원인 반포자이보다 9000만원 싸다. 반포리체 전용 138㎡는 20억원으로 반포자이 132㎡에 비해 1000만~2000만원 낮다.

반포 삼호가든1 · 2차 재건축 단지인 반포리체는 지난해 10월 입주를 시작,2008년 12월 집들이에 나선 반포자이보다 새 아파트다. 단지 바로 옆에 서원초등학교 반포고등학교가 있고 서울지하철 3 · 7 · 9호선을 걸어서 다닐 수 있어 반포자이와 입지 조건상 비슷하다. 반포리체는 1076가구로 자이(2991가구)보다 적고,리체에는 단지 내 수영장이 없다는 정도가 차이다.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리체와 자이의 가격 차이를 브랜드로 설명하고 있다. 아파트 최고 브랜드 중 하나인 자이와 달리 리체는 하나밖에 없는 단지여서 이름값이 붙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반포동 S공인 대표는 "가구 수가 적은 것을 빼고는 단지 구조나 조경에서 리체가 자이에 비해 떨어지지 않지만 브랜드 파워에서는 리체가 밀린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0대 건설사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는 88.6%에 이르고 브랜드가 아파트값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90.4%다.

반포리체는 삼성물산(래미안)과 대림산업(e편한세상)이 컨소시엄 형태로 지었다. 두 회사가 짓다 보니 아파트 브랜드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프랑스어로 '풍요로운' 이란 뜻을 지닌 리체(RICHE)로 정했다. 주민 박모씨는 "주민 상당수는 시공사 한 곳의 브랜드를 확보했어야 했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