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옛 소비에트 연방 독립국(CIS)들과 함께 유럽연합(EU)과 유사한 경제통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러시아는 작년 벨라루스 · 카자흐스탄과 함께 구축한 관세동맹 체제를 내년 1월부터 '공동경제구역(common economic space)'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상품과 서비스,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공동경제구역을 만든 뒤 2013년엔 '유라시아 경제연합'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들 3국 총리는 이달 초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나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푸틴의 계획대로 경제통합이 이뤄지면 1억6500만명이 단일 화폐를 쓰는 공동 시장이 탄생하게 되며,이는 옛 소련 인구의 60%에 해당한다고 FT는 설명했다.

푸틴은 "유라시아 경제연합의 탄생은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며 "소련 붕괴 후 처음으로 이 공간에서 경제 및 무역 관계 회복으로 나가는 실질적인 첫 단추가 채워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어 유라시아경제연합이 창설되면 회원국들은 EU와 자유무역협정(FTA) 회담을 시작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FT는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협상이 별 성과 없이 18년간 진행되고 있다"며 "유라시아경제연합이 창설되면 푸틴이 지난해 11월 독일에서 제시한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걸친 조화로운 경제공동체' 구상이 구체화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및 우크라이나도 경제공동체의 멤버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컨설팅업체인 IHS글로벌인사이트의 분석가 릴리트 게보르기안은 "(푸틴의) 비전은 점점 더 옛 소련의 공간에서 또 하나의 유럽연합을 창설하겠다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