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스팩합병 1호' 이끈 배종화 팀장 "선명한 컬러로 기관 공략"
"합병성사 이후 하루에 3~4통 이상씩 다른 증권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옵니다. 노하우를 알려달라는 거죠. 주요한 전략 중 하나가 있었다면 발기주주였던 기관투자자들을 공모에도 참여시켰다는 겁니다."

'스팩합병 1호'의 타이틀을 거머쥔 HMC투자증권의 배종화 ECM팀장(사진)은 18일 합병성공의 주요요인으로 기관투자자들과의 교감을 꼽았다. 설립 공모 합병결의 등 모든 단계 및 고비마다 문턱이 닳도록 기관들을 찾아다녔다. 합병이 성공하려면 안정적인 기관 물량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은 다른 법인과의 합병을 유일한 사업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비정상적인 우회상장을 막고 우량한 비상장회사의 증시 입성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상장 1호인 대우증권스팩이 지난해 3월 상장한 이후 22개 스팩이 증시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초의 합병상장은 2010년 8월 상장한 후발주자인 HMC스팩1호였다.

HMC스팩1호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자동차부품업체 화신정공은 전날 첫 거래를 시작했다.

◆발기주주 사학연금, 공모 때도 참여

"스팩펀드는 대박 상품은 아닙니다. 합병 전까지 원금이 보장되고, 실패시에도 은행금리 이상의 이자를 얻는 중장기적 투자 상품이죠."

배 팀장은 스팩을 '펀드'나 '금융상품'이라고 표현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스팩은 펀드와 같은 중장기 투자상품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HMC스팩1호의 경우 공모자금의 100%를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했다. 공모시 투자원금이 전액 보장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목적이 합병 성공이기 때문에 중간 단계인 공모과정에서 발목를 잡힐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상장 스팩들의 공모자금 예치비율은 95~96% 수준이었다.

그는 "설립을 위해 발기인을 모집하는 과정에서도 스팩은 공모를 통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투입해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얻는 상품이고, 공모 인수·합병(M&A)펀드임을 강조했다"며 "구조도 사전에 협의해 발기인들이 공모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설립시 발기주주로 참여한 주요주주(지분 10% 이상)는 공모 참여가 제한된다. HMC스팩1호는 발기인으로 참여한 기관들이 공모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협의를 통해 설립시 보유지분을 10% 이하가 되도록 조정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발기인으로 참여시킨 곳이 바로 사학연금이었다. 사학연금은 HMC스팩1호의 상장 공모 당시에도 발기 투자자금의 3배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했다는 설명이다. 사학연금은 이번 성공경험을 계기로 HMC스팩2호에도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상장 이후의 닥쳐온 고비는 기관투자자들의 물량을 합병주총까지 유지시키는 것이었다. 특별결의에 해당하는 합병안이 주총을 통과하려면 전체 의결권의 3분1 이상 참석하고, 참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기관의 물량 및 찬성의사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HMC스팩에 앞서 합병을 발표한 대신증권그로쓰스팩의 경우 기관들의 반대로 합병주총을 연기한 바 있다.

배 팀장은 "기관의 이탈 방지와 합병찬성 유도를 위해 주력한 것이 대상기업의 선정"이라며 "당시 스팩들의 합병대상 기업군은 대부분 신성장기업이었는데, 이들은 가치산정에 있어서 할인받을 수밖에 없음을 직감적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실적 기반의 화신정공으로 기관 공략"

비상장법인의 가치산정은 본질가치 50%(자산가치 20%, 수익가치 30%)와 상대가치(유사 상장법인 3개사 이상 비교) 50%로 이뤄진다.

향후 2개 사업연도 추정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평가되는 수익가치는 전체 가치산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HMC스팩은 합병기업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확보한 자동차부품업체 화신정공을 선택했다.

신성장기업의 경우 성장성에 해당하는 수익가치를 제외한 자산과 상대가치에서 할인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었다. 신성장기업은 도약을 준비하는 업체이기 때문에 자산이 적고, 기존 상장사들 역시 높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동차부품사인 화신정공은 자산 및 상대가치는 물론 성장성도 보유하고 있어 기존 기관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압축적이고 선명한 색깔로 기관을 공략한 것이다.

배 팀장은 "일반 우회상장은 비상장법인이 쉘(상장기업)의 지분을 사기 때문에 안정적인 기초지분을 확보하고 있지만, 스팩은 주인이 없는 회사라 기관이 언제 나갈지 모른다"며 "지분이 소액주주 위주로 구성되면 일일이 주주를 찾아다니는 등 찬성의결권을 모으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관 설득을 통해 화신정공과의 합병안은 전체 주식수의 56.28%가 참석한 가운데, 참석주식의 100% 찬성으로 승인됐다.

그는 "기존 우회상장은 평가방법에서 네오세미테크 사례처럼 상장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많았다"며 "그러나 스팩의 경우 증권회사에만 설립을 허용하는 등 투명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일반 우회상장과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기보다는 평가방법 등에 있어서 재량을 주면 스팩제도가 좀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배 팀장은 현재 업계 최초의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HMC스팩2호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도 대상기업을 자동차 관련 업체를 중심으로 하되 신재생 및 탄소저감에너지, 수처리 관련 기업 등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2호 스팩의 상장심사 결과는 9월 초순께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1호 스팩의 합병성사를 계기로 스팩시장이 더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현재 시장이 움츠려 있지만 앞으로도 의지를 가지고 스팩시장을 선도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