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안 된다. 손정의는 태양과 같이 매우 뜨거운 존재여서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불에 타버린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도 태양열이 미치지 않아 꽁꽁 얼어버린다. 알맞게 따뜻해지는 지구 정도의 거리를 두는 게 중요하다. "

2000년 IT(정보기술)버블 붕괴 당시 소프트뱅크의 주가가 100분의 1로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제2의 창업기회를 만들고,누구도 생각 못한 990엔이라는 최저가로 ADSL사업에 뛰어든 남자.야후재팬 설립부터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고속 질주까지 수십년간 일본을 움직여온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두고 직원들이 하는 말이다. 이 말은 손정의는 일에 대한 열의가 너무 강해 사업이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숨을 쉴 틈도 없는 반면 그가 집중하지 않는 사업은 전혀 진행되지 않는다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저자는 1998년 소프트뱅크에 입사해 손정의 회장의 수행비서로 시작했다. 이후 나스닥재팬 개설,일본채권신용은행 매수 등의 굵직한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손 회장과 일해온 그는 《손정의의 상식…》을 통해 손 회장의 업무처리 기법과 경영에 얽힌 일화를 자세히 소개한다. 특히 죽기 살기로 뛰어드는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경영 방식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저자는 "소프트뱅크 내에서는 '검토 중'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10초 생각해서 모르면 그 이상 생각해도 헛수고다. 지금 결론을 내리든지,대안을 제시하라'고 강조하는 게 손 회장이라는 것.그는 "10초의 판단을 위해 최신 정보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집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쓰는 게 손정의식 결정법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사업계획서를 1000개의 유형으로 만들어 큰 축을 도출하는 훈련방식,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위해 화이트보드 앞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열띤 토론,128만명의 팔로어를 둔 '트위터 영웅'이 된 이야기 등 손 회장의 경영전략과 일상사가 빼곡하다. 저자는 또 손 회장이 26세에 중병에 걸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입원 치료를 했을 때 만든 '손의 제곱병법'도 소개하며 "인터넷 경매 사업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야후재팬이 이 전술을 쓴 좋은 예"라고 설명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