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사흘 만에 약세로 돌아서 한때 3%대까지 낙폭을 키웠다. 증권업계에선 최근 코스피지수가 세계증시와 '키 맞추기' 과정에서 가파르게 반등한 데 따른 되돌림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변동성 장세와 함께 바닥 다지기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를 염두에 둔 대응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18일 오후 2시1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36.92포인트(1.95%) 하락한 1855.75를 기록 중이다. 장 초반 반등을 시도했던 지수는 이내 약세로 전환했고, 외국인과 기관 매물이 가중된 가운데 한때 3% 넘게 하락, 장중 1833.34까지 밀렸다.

증시 전문가들은 통상 급락 이후 증시가 다중바닥 구간을 형성하면서 점차 반등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코스피지수가 급락한 이후에는 최소한 1~2개월 동안 변동성 장세가 이어졌다"며 "전날 코스피지수가 장중 1900선을 넘어서면서 1차 반등 목표치에 다다랐고, 코스닥지수도 20일 이동평균선까지 반등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부담이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7일 장중 1906.61까지 뛰어 지난 9일 장중 저점(1684.68 대비) 221.93포인트를 단기에 만회했다.

정인지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 반등에 대한 반작용으로 저점을 다져가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W'자형의 이중바닥 구조를 가정할 경우 1700선 하회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지만, 이는 자연스런 조정과정으로 추세 하락 기조를 나타낼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이날 급락은 최근 정보기술(IT)주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이슈들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IT주가 지수 하락을 주도한 탓도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기관이 전기전자 업종에 대해 3500억원대 매도 우위를 나타내면서 전기전자 업종이 5%대 폭락하고 있다.

곽중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로 국내 IT업체들에 불리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전날 컴퓨터업체 델이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고, 애플의 샤프 투자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전기전자 업황에 대한 우려로 기관이 대거 물량을 내놓으면서 이날 하락폭이 커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의 추가적인 바닥은 1800선 부근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인지 애널리스트는 "통상 급락 이후 한달 가량의 바닥다지기 과정을 거쳐야 의미있는 상승을 나타낸다는 점에 비춰 1750∼1800선에서 단기 바닥을 형성을 가능성이 높다"며 "만일 현재 저점 1833이 지켜질 경우 이후 강한 흐름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곽중보 애널리스트는 "'이중바닥'을 가정할 경우 반등폭의 절반 가량을 되돌려 1800선 부근에서 안정감을 확보한 후 상승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또한 코스피지수가 뚜렷한 방향성을 나타내기 위해선 해외변수가 안정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최근 증시 급락이 유럽 재정위기 확산과 미국 더블딥(이중침체)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고 이 같은 위험요인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란 점을 감안하면 단기에 가파른 반등이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박성훈 애널리스트는 "코스피지수가 본격적인 상승세로 진입하기 위해선 유럽과 미국발(發) 이슈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관련 이슈가 지수에 선반영됐다는 점에 비춰 의미있는 바닥은 이미 확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과 유럽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결국 시차를 두고 신흥국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며 "업종 대표주이자 경기 민감주 성격이 강한 종목군이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 시장은 앞으로 등장할 악재에 대해 미리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현 시점에선 기조적인 상승 혹은 하락에 베팅하기 보다는 흐름에 따른 단기 대응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정인지 애널리스트는 "상승 혹은 하락과 같은 뚜렷한 추세를 기대하기 보다는 단기 고점에서 매도하는 등 단기적인 대응에 초점을 두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박성훈 애널리스트는 "투자심리와 수급에 따라 변동성 장세가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은 트레이딩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투자전략은 모멘텀(상승 동력)이 있는 중형주 또는 코스닥시장 내에서 대표주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권했다.

김형렬 팀장은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측면에서 매력이 있지만 기업 실적이 타격을 받는다면 지수 방향성을 논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기간 조정을 받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정책 당국이 시장안정 의지를 나타내면서 지수 하단을 받쳐줄 가능성이 있지만 앞으로는 상단에서의 저항이 강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한경닷컴 오정민·김효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