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18일 개최한 '한진중공업 청문회'에선 여야가 따로 없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국내에 체류하고 있으면서도 해외체류를 이유로 청문회에 불참하는 등 국회를 무시하는 듯한 행동을 보인 데 대해 여야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성토했다.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은 "STX는 큰 적자를 봤지만 노동자를 해고하는 대신 노사협력을 이끌어내 다음해 바로 큰 폭의 흑자를 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손범규 의원도 "조 회장이 실정법을 어기진 않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국민정서법을 어겨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노동자들은 동종업계보다 30% 적은 임금을 받고 조 회장은 몇백억대 부를 늘렸다"고 추궁했고,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노사합의안의 골자가 3년 내에 경영이 정상화되면 퇴직자를 재고용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근로기준법 25조에 이미 나와있는 내용으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조 회장을 몰아세웠다.

조 회장은 수차례 유감의 뜻을 나타내며 "해직노동자에 대한 3년 내 재고용을 약속했는데 이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빨리 이 문제가 해결되면 외국 선주들이 우리 영도 조선소가 비어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유리한 조건으로 수주할 수 있는 길이 생긴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노사가 극단적인 대립을 하는 와중에 해외에 체류한 것은 경영자의 올바른 모습이 아니었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본의 아니게 불필요한 오해와 심려를 끼친 점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면서도 주주에게 174억원,한진중공업홀딩스에 50여억원을 배당했다는 이범관 한나라당 의원의 지적에는 "174억원은 주식배당으로 했고 액수는 24억원이다. 현금배당 52억원은 작년에 흑자를 낸 4개 계열사의 배당 액수이고 적자가 난 한진중공업 배당액수는 1원도 없다"고 해명했다. 조 회장은 지급받은 현금배당을 경영 합리화 등을 위해 반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크레인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전화 연결을 시도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발로 정회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정 의원이 김 지도위원에게 전화를 건 순간 여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반발해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김성순 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