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 정보기술(IT)주들이 미국 내 PC 수요 감소와 이에 따른 반도체 가격 약세 지속 가능성,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라는 '트리플 악재'에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IT주의 3분기 실적은 2분기보다 더 안 좋을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IT주 신규 투자를 고려 중인 투자자라면 당분간 주가 추이를 관망하며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코스피지수 1.7% 하락…IT주가 주도

18일 코스피지수는 32.09포인트(1.70%) 하락한 1860.58로 장을 마쳤다. 이날 지수 하락은 대형 IT주가 주도했다. 삼성전자가 5.72%(4만3000원) 하락한 70만9000원으로 마감했고 하이닉스LG디스플레이도 각각 12.24%와 8.51% 내렸다. 하이닉스는 200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12%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LG전자는 6.11%(3800원) 내린 5만8400원에 마감해 6만원 선이 붕괴됐다. LG전자가 6만원 밑으로 내려간 건 2007년 4월 이후 4년4개월 만이다. LG전자는 지난 5월13일 11만5500원으로 장을 마감한 뒤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여 주가가 '반토막' 났다.

주요 대형 IT주가 급락함에 따라 이날 유가증권시장 전기 · 전자 업종지수는 5.92% 빠졌다. 유가증권시장 20개 업종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다.

◆'트리플 악재'가 주가 짓눌러

대형 IT주들이 일제히 급락한 데는 경기 침체 여파로 미국 내 PC 수요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 2위 PC 회사인 델은 전날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5~9%에서 1~5%로 낮췄다.

미국 내 대표적 전자제품 소매유통점인 베스트바이가 휴렛팩커드(HP)의 '터치패드' 재고 25만대를 처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로 IT 기기 수요가 감소해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미국 내 PC 수요 감소는 반도체 가격 추가 하락으로 이어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장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델이 매출 전망치를 낮춘 건 미국 경기에 대해 확신을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PC가 얼마나 팔릴지 확실하게 알 수 없으니 '반도체가 얼마나 필요하다'고 주문을 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IT업계에서는 현재 1달러31센트 수준인 2GB DDR3 D램 가격이 오는 10월 1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따른 여진도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국내 IT업체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투자 자제해야…"

문제는 IT주 주가가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김 연구원은 "3분기 실적은 2분기보다 안 좋을 것이고 4분기에도 나아진다는 조짐이 없다"며 "펀드매니저들도 이런 두려움 때문에 IT주를 내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관은 전기 · 전자 업종에 대해 최근 4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서며 7944억원을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IT주에 새로 투자할 것을 고려 중인 투자자라면 신중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회복이 IT주 주가 향방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하이닉스의 경우 현재 1.3배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역사적 평균 수준인 1.7배로 빠르게 회복될 수 있겠지만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0.6배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송종현/이태호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