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이 "고용 승계를 전제로 중소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주겠다"고 밝힌 것은 과도하게 높은 상속세 인하의 명분을 고용 창출에서 찾겠다는 것이다. 가업상속시 세부담을 크게 줄여 중소기업의 고용을 늘리고 창업 의욕도 북돋우겠다는 취지다.

◆너무 높은 상속세 부담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50%)이 한국에서 장수기업 탄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내놓은 '주요국의 상속세 부담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비상장 중소기업을 상속받으면 국내 상속세 부담은 독일의 10배,일본의 4.5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은 상속세 부담이 전혀 없다.

한국의 상속세 부담이 주요국에 비해 과중한 것은 기업자산 상속시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이 너무 엄격하고 세제지원이 적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세법 개정을 통해 1억원이던 가업상속 공제를 100억원으로 확대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상속세율 인하,국회에서 제동

상속세 인하는 이명박 정부가 풀지 못한 숙제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2008년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취임한 뒤 "상속세를 낮추겠다"며 관련 세법 개정안을 내놓았으나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고 50%나 되는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며 세율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이루지 못했다.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세청장으로 재직하던 때 "최대주주의 주식 상속 · 증여에 대해 할증 과세를 하면 경영자가 너무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백 실장은 당시 중소기업의 가업상속 공제율에 대해서도 "일본이나 독일 등 외국 기준에 비춰보면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이번에 구체적으로 밝힌 셈이다.

◆국회 통과 여부가 관건

최고세율 50%를 33%로 낮추는 상속세법 개정안이 2008년 국회에 제출됐으나 '부자 감세' 논란에 휘말려 4년이 지난 지금도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정기국회에서도 상속세율을 낮추는 법 개정안은 통과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에 명시한 법인세 및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마저 뒤집힐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당마저 감세 철회를 검토하고 있는 마당에 상속세 인하가 쉽겠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고용 승계를 전제로 중소기업의 상속세 공제 혜택을 크게 늘리는 쪽으로 검토 중이다. 중소기업만 해당되기 때문에 정치권의 거부감이 적고,고용 창출이라는 명분도 살리겠다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공생발전'과도 맞는 것이어서 추진해볼 만하지만 국회 통과는 그리 만만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