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들을 만나게 해주는 아이러브스쿨,아바타로 수익모델을 만든 네오위즈,도토리라는 사이버머니를 만든 싸이월드,가상세계에서 제2의 삶을 살 수 있게 해줬던 다다월드,집단지성을 이용해 묻고 답하는 방식의 서비스(지식iN)를 만든 네이버.모두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 한국 인터넷 산업이 선보인 대표적 '세계 최초' 서비스들이다.

당시 외신들은 연신 한국을 칭송하기에 바빴다. 영국 BBC는 1999년 다다월드를 대상으로 1시간짜리 특집 방송을 편성했고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2005년 9월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도토리를 혁신 사례로 소개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변했다. 한국 인터넷 산업은 혁신의 대명사가 아니라 베끼기의 대명사가 됐다. 미국 위치기반서비스 포스퀘어,고왈라 등이 인기를 얻자 국내에서도 KTH 등 포털들이 아임인과 같은 서비스를 뒤늦게 출시했다. 트위터가 뜨자 SK컴즈는 네이트커넥트라는 유사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업계와 전문가들은 한국 인터넷 산업의 폐쇄적인 구조가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입을 모은다. SK컴즈의 싸이월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시초였지만 국내용에 머물렀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 역시 엄청나게 많은 사용자를 모았지만 정작 밖으로 통하는 문은 닫아버렸다.

그 사이 다다월드보다 5년이나 늦은 세컨드라이프가 글로벌 서비스로 떴다. 네이버가 포털에 집착하는 동안 구글은 모바일 플랫폼 안드로이드를 만들고 급기야 휴대폰 시장에도 뛰어들어 판을 바꾸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의 인터넷 산업은 2000년대 들어 새로운 서비스를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어느 순간 실리콘밸리에서 뜬 모델을 누가 빨리 그대로 가져오느냐의 경쟁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