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동의 월요전망대] 금융위기로 전이 양상…한국의 외채 상황은?
지난주 후반 글로벌 주가 폭락이 이달 초 있었던 주가 급락에 비해 느낌이 훨씬 안 좋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사건이 지난 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한 상업은행은 지난 17일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5억달러를 빌렸다. 이 상업은행은 민간 은행들끼리 자금 거래때 적용되는 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ECB에 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서 달러 경색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이때부터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로이터통신은 아시아 은행들이 프랑스 등 유럽 은행에 크레디트 라인을 축소하는 등 자금 공급을 끊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의 사정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ECB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될 수 있는 이유는 유럽 은행들이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 국가 국채는 가격이 폭락(금리는 급등)한 상태여서 팔기가 쉽지 않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직후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붕괴된 것과 같은 일이 다시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ECB도 리먼 사태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이 했던 것처럼 대규모 국채 매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의 공동 국채라 할 유로본드에 대해 독일과 프랑스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선 ECB가 강력한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시장 붕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가운데 이번주 주목해야 할 경제 지표는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하는 '6월 말 국제투자대조표'다. 분기별로 대외채무(외채)와 대외채권을 집계한 자료로 외채 규모와 단기외채 비율 등이 포인트다. 지난 3월 말엔 외채가 3819억달러,순대외채권은 841억달러였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49.1%였다.

정부와 한은은 이 같은 수치와 비율이 2008년 리먼 사태 때보다 크게 개선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해선 소폭 나빠진 것이다. 외채는 219억달러 늘었고,순대외채권은 42억달러 줄었다. 단기외채 비율은 2.8%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날 기획재정부가 내놓는 '최근 외채 동향 및 평가'는 한은 자료에 대한 정부 입장과 같은 것이다. 정부는 이 자료에서 외채나 외화자금 사정 등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다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이 최근 갑작스레 가계대출을 중단한 배경은 22일 한은이 공표하는 '2분기 가계신용'에서 찾을 수 있겠다. 가계신용이란 금융회사들의 가계대출액에다 외상구매액(판매신용)등을 합친 개념이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가계신용은 801조4000억원으로 처음으로 800조원을 넘어섰다. 이후에도 은행 및 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분기 중 가계신용이 10조원 이상 늘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 들어 발생한 금융시장 쇼크가 소비자심리에 어느 정도 악영향을 미쳤을지는 오는 25일 한은이 발표하는 '8월 소비자동향지수'에서 확인할 수 있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2로 여전히 기준선인 100을 웃돌고 있다. 하지만 주가가 20%나 하락한 탓에 이번달 지수는 100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박준동 경제부 차장 / 금융팀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