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면 전 세계 '시계 마니아'들의 눈과 귀는 일제히 스위스로 향한다. 명품 시계 브랜드들의 경연장인 '국제 고급시계 박람회'(SIHH · 제네바)와 세계 최대 시계박람회인 '바젤월드'(바젤)가 각각 1월과 3월에 열리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계 메이커들이 지난 1년 동안 공들여 만든 신제품은 이때 모두 선보인다. 하지만 수작업이 많은 고급 시계의 특성상 연초에 선보인 신제품은 대개 가을이 돼서야 국내에 들어온다. 대량 생산이 어려운 만큼 유럽 등 '명품 소비 1번지'에 먼저 제품이 나간 뒤에야 한국 차례가 오기 때문이다. 국내 시계 마니아들에겐 사실상 가을에 '신제품의 향연'이 열리는 셈이다.

올해 SIHH에서도 다양한 신제품들이 나왔다. 올해 SIHH에는 까르띠에 바쉐론콘스탄틴 예거르쿨트르 몽블랑 IWC 등 19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IWC는 올해 주력 제품으로 꼽은 '포르토피노' 라인의 주요 모델을 국내로 들여왔다. 이탈리아 휴양도시 포르토피노의 여유와 감성을 담은 이 라인에서 IWC가 주력하는 제품은 '핸드 와인드 8데이즈'다. 한 번 태엽을 감으면 8일 동안 움직인다.

예거르쿨트르는 올해 리베르소 탄생 80주년을 기념하는 모델을 내놓았다. 시계 케이스가 180도 회전하는 게 이 모델의 특징.신모델인 '그랑 리베르소 울트라씬 트리뷰트 1931'은 1931년에 생산한 첫 모델을 기려 만든 것이다. 몽블랑은 올초 SIHH에서 선보인 '타임워커 트윈플라이 크로노그래프'를 11월 국내에 들여온다. 뒷면을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탈로 처리해 무브먼트(동력장치)의 움직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국내외에서 호평받고 있는 '니콜라스 뤼섹'에 이은 이 브랜드의 기대주다. '오버시즈 스몰 데이트 오토매틱'은 바쉐론콘스탄틴이 새로 선보인 역작 가운데 하나다. 36㎜ 지름의 원형 다이얼에 자동 기계식 무브먼트를 탑재한 여성용 스포츠 시계다. 핑크골드로 만든 베젤(테두리)에 88개의 다이아몬드 조각(0.36캐럿)이 세팅돼 있다.

1892개 업체가 참여한 올해 바젤월드에서도 수많은 '신무기'들이 쏟아졌다. 브라이틀링은 최근 '크로노맷 41'을 국내에 들여왔다. 체구가 작은 아시아 소비자를 위해 시계판 지름(41㎜)을 비교적 작게 만든 게 특징.자체 개발한 무브먼트인 '칼리버 01'을 장착했다. 올해 바젤월드에서 주목받았던 '크로노맷 GMT'도 다음달 국내에 본격 상륙한다. 브라이틀링의 두 번째 자체 개발 무브먼트를 탑재한 모델로 듀얼 타임 기능이 있다.

티쏘는 이 회사의 첫 다이버 워치였던 '씨스타'를 '씨스타 1000'으로 업그레이드해 내놓았다. 바닷속 깊은 곳에서 시계가 압력을 받을 때 생기는 헬륨 가스를 자동으로 빼내주는 기능이 있다. 시곗바늘과 눈금,숫자 등에 야광 도료를 입혀 어두운 곳에서도 쉽게 시간을 읽을 수 있다.


스와치그룹의 패션시계 브랜드인 ck는 보유 라인을 한층 다채롭게 꾸몄다. 'ck 베이직'은 간결한 디자인에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더했고,'ck 시티' 라인에선 하반기 중 로즈 골드 케이스와 갈색 악어가 새겨진 가죽줄 모델을 추가로 내놓는다.

로만손은 올해 바젤월드에서 내놓은 '투톱'인 액티브 라인의 '누보'와 프리미어 라인의 '아트락스'를 본격적으로 매장에 배치한다. 명품 시계 브랜드로 도약하려는 로만손의 의지가 담긴 작품으로,이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사전 예약판매에 들어가 상당량의 주문을 받았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