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연 4%에도 못 미치는 은행 저축성예금에 돈이 몰리고 있다. 이달 들어 16일까지 들어온 돈(11조1000억원)이 지난 7월 한 달 동안의 자금유입액(11조3000억원)에 육박한다. 반면 주가연동예금(ELD) 등 주가와 관련이 있는 금융상품에는 돈이 몰리지 않고 있다.

저축성예금 잔액은 4월 말 777조원에서 5월 777조8000억원,6월 781조6000억원,7월 792조9000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이달 들어 804조원으로 불어났다.

은행의 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에 많은 자금이 몰리고 있다. 국민 · 우리 · 신한 · 하나은행 등 4대은행의 총수신 규모는 이달 들어 5조7401억원(0.9%) 증가했다. 늘어난 돈은 거의 대부분이 '대기성 자금'인 MMDA라는 것이 은행 관계자들의 얘기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채 '일단 은행에 대기'하겠다는 돈이 늘었다. 정기예금 금리가 4%대에 머물러 있는 것도 대기 자금이 증가한 원인이다.

시중은행들은 금융불안이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상품 구성을 새로 짜는 등 분주히 대처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임영학 우리은행 상품개발부장은 "주식시장 급등락이 심해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ELD 등 주가연계상품은 수요가 줄었다"고 전했다. 그는 "양도성예금증서(CD)혹은 코픽스 연동 예금,금 인덱스나 상품(commodity)가격과 연계된 상품을 대안으로 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의 자금운용 전략도 바뀌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권과 안전자산 투자를 늘리려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들에 '증시안정기금' 조성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져 주식시장에 대한 포지션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고 했다.

주용석/이상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