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불가능이란 없었다. 장애는 그들의 꿈을 막을 수 없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에 출전하는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 · 남아공)와 '블라인드 러너' 제이슨 스미스(24 · 아일랜드)가 그 주인공이다.

다리 절단 장애인으로는 최초로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비장애인과 경쟁을 펼칠 피스토리우스는 21일 대구에 입성해 "레이스에 나설 때마다 최고가 되는 게 목표"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피스토리우스의 400m 최고 기록은 지난달 이탈리아 육상대회에서 세운 45초07이다.

피스토리우스는 종아리 아랫부분이 없는 상태로 태어나 생후 11개월 만에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강한 의지와 승부욕으로 도전을 거듭했다. 의족으로 두 다리를 얻은 피스토리우스는 학창시절 럭비를 시작으로 테니스와 수구 레슬링 등 각종 운동을 섭렵했다. 18세이던 2004년 럭비를 하다가 심각한 무릎 부상을 당한 뒤 육상 선수로 전향했다.

시작은 늦었지만 성장속도는 빨랐다. 육상입문 첫해인 2004년 아테네패럴림픽에 출전해 200m 금메달을 목에 걸며 주목 받았다. 카본섬유 소재의 의족을 달고 뛰는 그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블레이드 러너'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2005년 패럴림픽 월드컵에서 100m와 200m를 동시에 석권했고 2006~2007년에는 100m, 200m,400m 등 단거리 종목에서 장애인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했다.

스미스는 지난 18일부터 대구 현지에서 적응훈련을 시작했다. 그는 "누구나 살면서 극복할 과제는 한두 개씩 있지 않은가. 나도 그럴 뿐"이라며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8세 때 망막 신경이 손상되는 유전성 희귀질환인 스타가르트병을 앓은 그는 시력이 보통 사람의 6~8%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시력을 지닌 사람이 1m 앞에서 또렷하게 보는 물체를 10㎝ 앞에 갖다대야 구분할 수 있는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다. 올해 5월 플로리다대회 100m에서는 10초22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세계선수권 B 기준 기록(10초25)을 넘었다. 한국 최고 기록(20초23)보다 빠르다. 작년 바르셀로나 유럽선수권에도 장애인 선수로 처음 출전했다.

그는 17세이던 2004년 육상을 시작했다. 축구 럭비 등에서 남보다 빨리 달리는 그를 눈여겨본 체육 교사가 육상을 권유했다. 그는 입문 4년 만에 '장애인 육상의 우사인 볼트'로 급성장했다. 그는 시각 대신 청각이 발달해 출발 신호를 듣고 스타팅 블록을 치고 나간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