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生발전 강제로 안 해…정부 입김 줄이고 민간 역할 커져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공생발전을 강제로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생발전이 정부가 규제를 더 만들어 민간을 통제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냐'는 지적에 "그렇지 않다"며 "우리나라는 전체적으로 정부 입김이 더 줄어들고 민간 역할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또 "일하는 것을 장려할 수 있는 복지가 지속가능한 복지"라며 "근로빈곤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다시 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법인세 부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높다"며 "전 세계적으로 소득세를 낮추고 소비세를 올리는 추세인 만큼 우물 안만 들여다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갑영 연세대 교수=경제정책 방향이 혼란스럽다. 전문가들마저 정책방향을 이해하는 게 마치 논술시험을 보는 것 같다. 상생과 공생이 뭐가 다른가.

▼박 장관=공생이 더 큰 상위 개념이다.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정규직-비정규직 격차 해소,지역 균형발전,남녀 양성평등 등이 하위 개념이다.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정부가 민간에 개입하고 통제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느낌이 든다.

▼박 장관=많은 분들이 그런 의문을 제기한다. 그런 걱정은 안해도 괜찮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정부 입김이 더 줄고 민간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측정하는 경제자유도를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선진국 평균에 비해 점수가 낮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작은 정부,큰 시장'의 방향 자체는 그대로다. 공생발전이 흐름을 뒤집는 것은 아니다. 시장경제를 견지하면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개념 틀로 이해해달라.

▼박원암 홍익대 교수=정부의 정책 기조는 감세 유지였다. 그런데 갑자기 공생발전이 새로운 국정과제로 등장했다.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박 장관=법인세 감세 논란이 참 많다. 감세 반대론자들은 각종 감면 · 공제 등으로 법인세 실효세율이 낮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OECD 회원국 평균보다 높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비슷하게 해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 전 세계적으로 소비세를 올리고 대신 소득세를 낮추는 추세다. 우물 안만 들여다봐서는 안 된다.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벤처 활성화는 향후 20년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런데 최근 벤처 활성화의 열쇠인 '엔젤투자'기반이 사라지고 있어 답답하다.

▼박 장관=벤처기업들이 많이 선전해 줬다. 지난 3년간 벤처기업 수가 4만개 이상 늘었다. 사상 최고 수준이다. 엔젤투자 기반을 강화하는 대책은 세제 예산 등 여러 가지 정책 수단을 통해 담아낼 예정이다.
"共生발전 강제로 안 해…정부 입김 줄이고 민간 역할 커져야"
▼서혜석 로고스 상임고문=국제 금융자본이 한국 시장을 놀이터처럼 생각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신현송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으로 있을 때 은행세(거시건전성 부담금)를 도입했는데 이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은 없나.

▼박 장관=이달 1일부터 거시건전성 부담금이 부과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재정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에 가져온 파급효과를 고려해 부담금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이제 막 시작했다. 곧바로 또 높인다는 건 좀 그렇다. 자본 유출입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인상 여부를 꾸준히 검토하겠다.

▼황건호 금융투자협회장=대외 변수에 따른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지나치다. 개인투자자가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 선물시장에서도 개인 비중이 높은 게 문제다. 기관투자가들이 선물시장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박 장관=질문이라기보다 건의사항으로 알겠다.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백수경 인제대 백병원 부이사장=복지나 공생 등의 문제를 놓고 관계부처 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며칠이 걸리더라도 끝장토론을 한번 했으면 좋겠다.

▼박 장관=며칠은 어렵고 1박2일 정도는 해볼 만한 것 같다. 각 부처 장관들이 한데 마음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그리스 다음으로 디폴트 선언을 할 나라는 어디로 보나. 유럽연합(EU)은 그리스 같은 나라를 내쫓을까,아니면 각국의 재정 권한을 통합하는 쪽으로 갈까.

▼박 장관=일국의 장관으로 특정 국가를 지목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EU 해체는 우리가 꼭 피해야 할 최악의 시나리오다. 오히려 문제 국가들이 EU집행부에 재정 권한을 양도해 통합이 더욱 공고해지는 쪽에 무게를 두고 싶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