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롤','빵과 쏠'. 지난 21일 몽골과 러시아를 각각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공항과 철도역에서 건네받은 환영 음식이다. 공교롭게도 양쪽 모두 환영행사에서 통상적인 꽃다발이나 화환 대신 먹을거리가 전달돼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몽골을 국빈 방문한 이 대통령은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공항에서 말 젖을 말린 유제품인 '아롤'을 맛보는 것으로 몽골 방문일정을 시작했다. 아롤은 말 젖을 건조시켜 치즈처럼 만든 과자다. 전통적으로 외부 손님을 대접할 때 내놓는다. 우유로 만든 '수태차'나 몽골 전통버터인 '어름'과 같은 몽골의 전통음식 가운데 하나다.

아롤은 신맛이 강해 처음 먹을 때는 거북스럽기도 하지만 자꾸 먹으면 발효음식 특유의 중독성이 있다. 아롤을 즐겨 먹어본 한국인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비타민C와 분유 가루를 섞은 맛'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환영의 의미에 사귈수록 돈독해질 수 있다는 뜻을 담은 셈이다.

김정일이 러시아 극동의 아무르주 부레야역에 도착해 러시아 전통 복장의 젊은 여성이 쟁반에 담아 건넨 빵과 소금(쏠)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서울의 주한 러시아대사관 관계자는 "이는 러시아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귀한 손님을 접대할 때 쓰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빵과 소금은 러시아 외에도 유럽지역에서 각종 경사에 자주 등장한다. 리투아니아에서도 결혼식을 마친 신랑 신부가 집이나 피로연장에 등장하면 양가 부모가 빵과 소금을 들고 맞이한다.

이때 빵은 건강,소금은 굳건함을 뜻한다. 또는 빵은 배부른 삶,소금은 인생이 달지만 않고 짜고 다양할 수 있음을 상징한다. 독일에서도 집들이를 할 때 빵과 소금이 등장한다. 이때 빵은 배고픔이 없음을,소금은 성공을 기원하는 맘이 담겨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국립대학에 유학을 다녀온 러시아 전문가 L모씨는 "빵과 소금을 내놓는 게 손님을 환대한다는 뜻이지만 소금은 개방의 의미도 담고 있다"며 "최근 중국 방문에서 기대했던 경제지원을 얻어내지 못하자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일에게 환영은 하되 전제조건은 개방의 길이라는 걸 에둘러 표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