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PC제조업체인 휴렛팩커드(HP)가 PC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델의 향후 전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HP의 PC사업 철수로 미국 내 유일한 PC제조업체가 된 델이 향후 사업방향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WSJ는 "PC사업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HP처럼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할 것인가를 두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HP가 버린 PC사업부문 인수 가능성

델은 단기간에는 PC사업부문에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HP의 PC사업 포기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델은 HP의 PC포기 선언 직후 PC부문 분사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WSJ는 "그간 HP와 거래해왔던 마이크로소프트 등 PC운영체계(OS)업체들이 델과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델이 '효자'인 PC사업을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올 2분기 델의 매출 157억달러 중 데스크톱,노트북을 포함한 PC의 비중은 55%에 달할 정도로 크다. PC판매를 제외한 나머지 실적은 기업용 서버나 하드웨어부문에서 올린 것이다.

컨설팅업체 캐리스앤코퍼레이션의 애널리스트 롭 시라는 "HP의 실적 중 PC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31% 정도"라며 "PC사업을 포기할 경우 델이 입을 타격은 HP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델이 PC사업부문을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시넷은 지난 20일 HP가 분사시킨 PC사업 부문을 사들일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델과 애플을 꼽으며 이 중 "델의 인수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태블릿PC나 휴대폰에 집중하는 애플보다는 회사의 색깔이 비슷하고 PC사업 비중이 큰 델에 더 매력적일 것"이라며 "미국 내 기업들이 기업용 PC로 HP의 제품을 선호해 온 점도 델이 인수 유혹을 느낄 수 있는 요소"라고 전했다.

◆"결국엔 소프트웨어에 집중할 것"

델은 PC사업을 제외한 기업용 서버,네트워킹,소프트웨어 사업부문을 강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태블릿의 시장 잠식 등으로 PC사업부문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델의 올 2분기 PC사업부문 매출은 85억달러로 2010년(86억달러)보다 소폭 하락했다. 순이익률은 7% 정도로 추산된다. 반면 같은 기간 서버와 네트워킹 매출은 20억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 늘었다.

여기에 PC시장에서 경쟁사들은 델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델의 올 2분기 PC시장 점유율은 12.9%로 나타났다. 경쟁사인 레노보와 에이서 등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각각 12.2%와 8.5%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 때문에 델은 2009년 서버업체 페롯시스템을 시작으로 작년에는 소프트웨어업체 컴펠런트테크놀로지를 인수하는 등 사업다변화를 모색해왔다.

올해 마이클 델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의 변화를 따른 HP처럼 우리도 단순히 PC업체로만 남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시장과 소프트웨어 사업에 중점을 두고 PC사업의 비중을 낮춰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