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12일,경기도 용인의 3군사령부 참모식당에 모인 군 간부들은 혼쭐이 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방부 업무보고 모두 발언에서 "체질을 바꾸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낡은 관행과 비효율을 과감하게 털어내라"며 군 쇄신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의지는 군 인사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민간 전문가에 의한 국방개혁이다.

현재 민간 출신들이 국방부 주요보직을 꿰차고 있는 배경이다. 차관과 국방개혁실장,기획관리실장,대변인 자리가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이상우 전 서강대 교수는 2009년 12월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발탁돼 1년여간 활동한 바 있다. 국방부 직속기관으로 2006년 설립된 방위사업청 청장도 지난 정부까지 1~4대 모두 군 출신이었으나 현 정부에선 장수만 전 청장과 노대래 현 청장 모두 경제관료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22일 "민간이 국방부 핵심 보직을 이렇게 많이 맡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용걸 차관은 예산 재정 공공분야 전문가다. 이수휴 김영룡 장수만 전 차관에 이어 네 번째 경제관료 출신 차관이다. 행정고시 23회로 관직에 발을 들여놓은 뒤 옛 기획예산처에서 사회재정심의관,재정정책기획관,재정운용기획관,정책홍보관리실장,기획재정부 2차관을 거쳤다. 이 차관은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부터 집중적으로 강조했던 국방 경영 효율화와 국방 예산 절감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홍규덕 국방개혁실장은 숙명여대 교수 출신이며 군사 전략 및 한 · 미 동맹 분야 전문가다. 국방개혁실장에 민간인이 임명된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이다. 때문에 그는 2009년 말 임명될 때 군 안팎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담긴 인사였다. 그는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방개혁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때문에 군에선 그를 국방개혁 야전사령관으로 부른다. 홍 실장은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자문교수로 활동한 바 있다. 현 정부의 핵심 과제인 국방개혁 관련 법안의 이달 국회 처리를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김민석 대변인은 1994년부터 16년간 군사전문기자로 일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민간 출신 첫 국방부 대변인으로 발탁돼 주목을 받았다. 국방부 대변인은 통상 현역 또는 예비역 대령이나 준장이 맡아왔다. 김광우 기획조정실장은 행시(23회) 출신으로 국방부에서 잔뼈가 굵은 군 예산 및 무기 획득 분야 전문가다.

홍 실장은 "나를 포함해 차관,기조실장,대변인끼리는 자칭 '민간 드림팀'으로 부른다"며 "군에 계신 분들이 논의와 토론 과정을 통해 우리의 생각을 많이 받아들이고 있어 소통에 문제 없고 소외감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군의 문민화가 뿌리를 제대로 내리고 있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