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의 모든 재산에 대해 법적 처분에 들어간다고 22일 발표했다.

북한 금강산국제관광특구지도국 대변인은 이날 담화를 통해 "남조선이 남측 기업들의 재산 및 이권보호를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인정하고 이제부터 금강산관광특구에 있는 남측 부동산과 설비를 비롯한 모든 재산에 대한 법적 처분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또 "남측 기업들의 물자들과 재산에 대한 반출을 21일 0시부터 중지한다"며 "금강산관광특구에 있는 남측 성원들은 72시간 안에 나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금강산에는 현대아산 소속 한국 국적 직원 14명과 중국 동포 2명이 남아 있다. 북한이 법적 처분하겠다고 선언한 현대와 협력업체의 재산은 시설투자비만 3597억원이다. 현대아산의 토지 및 사업권(4억8669만달러)에 대해선 북한이 이미 무효화를 선언한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밝힌 법적 처분을 위한 3주 시한이 지난 19일 종료됨에 따라 그동안 공언해온 대로 법적 처분 단행을 발표한 것이다.

현대아산 측은 지난 19일 금강산을 방문해 재산권 문제를 막판 협의했으나 북측은 "재산정리 사업에 참가하지 않으면 재산권을 포기한 것으로 인정하고 특구법에 따라 처분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북측은 그동안 금강산관광에 대한 현대아산의 독점권을 취소하고,남측 기업들에 국제관광 참가 또는 임대,양도,매각 등을 요구하면서 이에 불응하면 재산권 포기로 인정하고 특구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위협해왔다.

이번 조치는 북측이 꺼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다. 2008년 7월 우리 측 관광객 고(故)박왕자씨 피격으로 인한 금강산관광 중단,남측 자산에 대한 동결 · 몰수,특구법 제정에 따른 현대아산 독점권 박탈 등에 이어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이다. 다만 북측은 법적 처분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몰수 · 동결된 남측 재산에 대해 공고 등을 통해 매각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의구심이 적지 않다. 북측이 매각 절차에 들어가도 중국을 비롯한 제3국의 사업자가 선뜻 나설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남북 간 분쟁으로 문제가 있는 물건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제3의 사업자가 나선다고 하더라도 남측 관광객이 빠진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은 수익성을 내기가 어렵다. 때문에 북측이 관광 재개를 압박하기 위해 여전히 '벼랑 끝 전술'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의 일방적 조치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법적 · 외교적 조치를 포함해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등 외교채널을 통해 북한 조치의 부당성을 알리고 국제상사중재위 제소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남북당국이 관광재개를 위한 협의를 한다면 곧 해결되리라고 믿는다"며 "우리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북측과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식/박동휘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