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폴리가 세상과 다시 연결됐다. " 리비아 시민군이 트리폴리 시내를 장악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22일 이길범 KOTRA 트리폴리 센터장(사진)은 "어젯밤부터 상황이 급반전됐다"며 "전화와 인터넷이 재개통되면서 트리폴리 시내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가전을 앞두고 이 센터장은 대사관 직원과 함께 튀니지 인근 리비아 국경으로 피신했다. 현지에 남은 직원은 리비아 출신 3명.불과 이틀 전만 해도 이들과의 교신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21일 오후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센터장은 "인터넷은 지난 2월 중순부터 전면적으로 끊겼는데 다시 연결됐다"고 전했다.

외신들이 카다피 정권의 몰락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지만 이 센터장은 "좀 더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대로 끝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정부군의 반격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의문"이라며 "NATO군의 공습을 피해 숨어 있던 정부군이 어떻게 나올지가 향후 리비아 사태 추이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트 카다피'의 리비아 시장과 관련,이 센터장은 "신정부가 개방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 수출 기업에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비아는 2004년 유엔의 경제제재가 풀린 이후 개방으로 돌아서긴 했으나 각종 무역 장벽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자동차를 수출하려면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야만 한다는 법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쟁으로 지연됐던 각종 자원개발 프로젝트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이 센터장은 "재건 사업을 신속히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자원개발 사업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비아 권력지도가 바뀌는 것에 맞춰 한국을 비롯해 외국 기업들은 새로운 '인맥'을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정용화 KOTRA 중동 · 아프리카 · CIS팀장은 "집권세력이 기존 카다파 부족에서 주와야,와르팔라 등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카다피 집권이 41년간 이어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인맥이 카다피 쪽에만 집중돼 있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미국 · 유럽계는 NATO의 공습과 함께 반군을 지원하면서 네트워크를 꽤 구축해놨다"고 전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