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행장 조준희 · 사진)이 국책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골프회원권을 보유하고 있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 은행이 갖고 있는 골프 회원권의 대다수는 수도권의 고가 회원권이다.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위해 세워진 기업은행이 정부로부터 받은 예산을 바탕으로 '골프 접대'에 치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8배 보유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전국 18개 골프장의 회원권 32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4개)에 비해 8배나 많은 수준이다. 산업은행(6개)과 비교해서도 5배 이상 많다. 기업은행이 갖고 있는 골프 회원권의 장부가격은 139억원에 이른다. 애초 민간은행이었다가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10억원 안팎)에 비해 14배에 이른다.

기업은행이 갖고 있는 골프 회원권 32개 가운데 27개는 수도권에 있다. 수도권 골프장 중에서도 비싸기로 소문난 경기 여주의 렉스필드(장부가격 10억원),경기 파주의 서원밸리(6억원),경기 용인의 신원CC(8억원)와 아시아나(7억원) 등도 갖고 있다.

배 의원은 "국책은행이 이익이 나면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리를 낮추고 경제적 소외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 데 기업은행은 이를 골프 접대 비용으로 쓰고 있어 염려스럽다"며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과도한 골프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골프회원권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것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행장이 무관심한 것 아닌가"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국정감사와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다. 국책은행은 감사과정에서 골프회원권 보유 현황을 국회와 감사원에 제출하고 있다. 법적으로 골프회원권 보유에 대한 제한은 없지만 정책자금 집행 기관으로서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을 경우 정책 취지와 맞지 않다는 측면에서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도 골프회원권을 지속적으로 매각해 매년 줄여오고 있다.

배 의원은 "예금보험공사나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여타 국책금융기관들은 이러한 폐단을 알고 골프회원권을 살 수 없도록 법적으로 명시해 놓고 있다"며 "기업은행이 과도하게 골프 회원권을 갖고 있는 것은 정책금융기관 간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국책은행은 먼저 불용자산 매각 등의 자구노력이 있어야 정부와 국회로부터 예산을 승인받을 수 있다"며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정부로부터 중소기업 금융지원 확대를 위해 1조원을 현물출자 받은 기업은행이 과도하게 골프회원권을 보유한 사실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기업은행은 이에 대해 "중소기업 대표들을 상대로 영업용으로 주로 써왔다"고 해명했다.

한편 기업은행은 2002년 이후 골프장,콘도 등 각종회원권 총 278계좌 구입에 233억2000만원을 투입해 2008년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 지적받은 바 있다. 당시 이 의원은 "골프회원권의 경우 개인 명의로만 구입이 가능하고 해당 명의의 회원만 사용이 가능하다는데,기업은행 지역본부장들의 사적용도의 사용에 대한 점검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명박정부가 말기로 가면서 행장이 중소기업과의 공생 등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