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는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기 어렵다는 속설이 최근 급락장에서 재차 확인됐다. 기관투자가나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은 코스피지수가 급락하는 중에도 비교적 하락폭이 작았던 반면 개인이 순매수한 종목은 지수 하락률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변동성 높은 장세가 지속되면서 개인투자자의 주식 매수세도 주춤해졌다.

◆개인 순매수 상위 전 종목 하락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순매수 규모가 컸던 20개 종목은 평균 27.52% 하락했다. 20개 종목의 등락률을 단순 평균한 수치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 18.21%에 비해 개인의 손실률이 9.31%포인트 높았다.

개인은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등 대형 우량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지만 외국인이 이들 종목을 대규모로 내다팔면서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개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중 이달 들어 주가가 오른 종목은 하나도 없었다.

KT 롯데쇼핑 SK C&C 등 개인이 순매도한 종목은 오히려 코스피지수보다 하락폭이 작았다. 지난 2일 이후 개인 순매도 상위 20개 종목은 평균 5.25% 떨어져 하락률이 코스피지수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 중 SK텔레콤(5.35%) KT&G(1.94%) 이마트(10.42%) 등 5개는 주가가 상승했다.

급락장에서 지금까지 가장 높은 수익을 낸 투자주체는 기관이다. 포스코 NHN KT 등 기관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은 8.20% 하락해 코스피지수 대비 하락폭이 작았다. 기관 순매수 종목 중 CJ제일제당(3.73%) 엔씨소프트(3.09%) 등 4개는 주가가 올랐다.

외국인의 성적은 코스피지수와 비슷했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은 평균 17.59% 하락했고 순매도 상위 20개 종목은 18.50% 하락했다. 외국인은 LG GS LG패션 등을 순매수하고 기아차 포스코 삼성전자 등을 순매도했다.

◆주춤하는 개인

개인의 주식 매수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본 '스마트 머니'가 유입됐으나 변동성 높은 장이 계속되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개인은 이달 들어 1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6981억원을 순매수하면서 4조5998억원을 순매도한 외국인에 맞섰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서는 22일 1909억원에 이어 23일에도 2004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이틀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다.

개인의 주식 매수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10일 22조6552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19일 현재 20조9918억원으로 줄었다. 신용융자잔액 역시 5일 6조3928억원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19일 5조268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국내 주식형펀드에는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지만 신규 설정액 증가보다는 해지액 감소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달 들어 19일까지 주식형펀드 신규 설정액은 3조1600억원으로 지난달보다 4900억원 증가한 반면 해지액은 1조3590억원으로 1조1790억원 감소했다. 유수민 현대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유럽발 악재들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증시로의 자금 유입은 지연될 것"이라며 "주식형펀드 순유입이 지속될지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