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은행권에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만 가입할 수 있는 고금리 예 · 적금 상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 관계자들과 회의를 갖고 서민들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금리를 더 주는 금융상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금감원은 최고 연 10% 이자를 지급하는 우체국의 서민 전용 적금을 구체적인 사례로 예시했다. 지식경제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는 7~10등급 저신용자에게 최고 연 10%의 이자를 주는 '우체국 새봄자유적금'을 지난해 5월 내놓았고,올해 5월에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게 기본 이율의 2배 금리(연 6%)를 주는 '우체국 더불어자유적금'을 선보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서민을 위한 저금리 대출 상품은 미소금융 햇살론 등 많지만 예 · 적금 상품은 없었다"며 "은행들이 돈을 많이 맡기는 고소득자 등에게만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저신용층에도 우대금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들과 금리 수준을 포함한 상품 개발 전반에 대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저신용자에게 추가로 줘야 하는 이자를 주주들이 부담하거나 다른 예금자들이 떠안는 피해가 발생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은행들은 그러나 금융감독 당국의 친서민 압박 강도가 워낙 강해 연 7% 안팎의 금리를 주는 서민 대상 예 · 적금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손해를 보면서 서민들을 위한 상품을 판매하면 배임 소지가 있어 법과 제도적인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