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햄버거 만족도 1위 '인앤아웃버거'
최근 미국 월간 컨슈머리포트지는 구독자 3만6000명을 대상으로 미국 내 53개 패스트푸드 체인점에 대해 소비자 만족도를 조사했다. 인앤아웃버거는 10점 만점에 7.9점으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반면,맥도날드는 5.6점에 그쳤다.
영화배우 패리스 힐튼이 몇 년 전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당했을 때 인앤아웃버거를 사러 가던 중이었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힐튼은 당시 경쟁사 햄버거 체인의 광고모델로 활동해 더 관심을 모았다.
맛뿐 아니라 내실도 탄탄하다. 비상장 기업인 인앤아웃버거는 정확한 실적이 공개되지 않지만 작년 약 4억65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맥도날드 연간 매출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연 평균 매출 증가율은 업계 평균의 2배인 약 10%에 달한다. 순이익률은 2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자 해리 스나이더가 캘리포니아주 볼드윈파크에서 맥도날드보다 7년 빠른 1948년 설립한 인앤아웃버거의 경영 모토는 '단순함을 지키자(Keep it Simple)'다. 최고의 맛과 청결,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평범한' 경영철학을 유지하는 것이 최고의 평가를 받는 비결이라고 인앤아웃버거는 설명한다.
우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다. 이 회사는 1976년부터 볼드윈파크에 직영 육가공 공장과 식자재 배급소를 운영하면서 재료의 품질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냉동고기를 주로 쓰는 다른 대형 체인과 달리 생고기를 매일 매장에 공급한다. 한 번도 얼리지 않은 생고기를 쓰는 것은 창업 이후 줄곧 유지해온 원칙이다. 햄버거용 빵도 매장에서 매일 아침 직접 굽는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매장은 직영 배급소 반경 500마일(800㎞) 이내에만 열 수 있다.
또 인앤아웃버거 매장에는 냉동고나 전자레인지 등의 설비가 없다. 얼린 재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녹이거나 보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남은 재료는 전량 폐기한다.
적은 매장 수를 고수해 품질을 유지하는 것도 특징이다. 인앤아웃버거는 캘리포니아,네바다,애리조나 등 미국 서부 3개주에서 258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이 119개 국가에 3만곳,58개국에 1만1285곳의 매장을 각각 연 것과 비교된다. 1948년 1호점 개점 이후 2호점을 내기까지 3년이 걸렸고,창업 후 28년간 늘어난 매장이 18개에 불과하다. 1976년 작고한 창업자 해리 스나이더는 생전 인터뷰에서 "사업 확장보다는 품질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만들어라"
하지만 인앤아웃버거의 단골고객들은 메뉴판에 적혀 있는 메뉴가 아닌 다른 것을 주문해 먹는다. 단골들만 알고 주문할 수 있는 '비밀 메뉴(secret menu)'가 있기 때문이다. 인앤아웃버거는 단골들을 위한 서비스인 비밀 메뉴를 계속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현재 비밀 메뉴는 6가지 정도가 알려져 있다. 고기를 쓰지 않거나 빵 대신 양상추를 쓰는 햄버거 등이다. 양파나 토마토 등을 취향에 맞춰 넣어 먹을 수 있도록 별도로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린시 마르티네스 인앤아웃버거 최고경영자(CEO)는 "자신만의 햄버거를 먹을 수 있고,비밀 메뉴를 아는 사람들끼리 유대감도 형성된다"고 소개했다.
저렴한 가격도 장점이다. 인앤아웃버거에서는 가장 비싼 단품 햄버거가 2.75달러고 음료수와 감자까지 주문해도 5달러를 넘지 않는다. 감자튀김을 만드는 과정을 손님들에게 공개하는 것도 마케팅 전략이다. 얼린 감자를 튀기는 경쟁사와는 달리 인앤아웃버거에서는 즉석에서 생감자를 썰어 튀긴다. 마르티네스 CEO는 "신선한 재료를 쓴다는 자부심과 더불어 고객들에게 우리 제품에 대한 신뢰감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색다른 서비스와 숙련 직원 확보
시대를 앞서간 서비스도 명성의 배경이다. 1950년대에 차를 탄 채로 햄버거를 주문하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도입한 곳이 이 회사다. 당시에는 직원들이 차로 다가가 주문을 받고 제품을 직접 갖다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숙련 직원도 꾸준히 양성하고 있다. 1984년 매장관리자 양성 기관인 인앤아웃대학(In-N-Out university)을 설립했다. 최소 1년간 매장에서 풀타임 근무를 해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예비 관리자들은 이곳에서 품질관리법,청결 및 서비스 정신 등을 배운다. 숙련된 직원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실행하는 셈이다.
직원들에 대한 높은 보상체계도 좋은 서비스의 기반이다. 인앤아웃버거 신입 직원의 시간당 임금은 8.25달러다. 미국 내 다른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평균 임금 5.15달러보다 높다. 아울러 매장 관리자의 평균 연봉은 8만5000달러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 때문에 매장 관리자의 평균 근무 연수가 13년에 달한다. 인앤아웃버거 측은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가 일한 경우도 있다"며 "로열티 높은 직원들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