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성(陝西省)은 주나라부터 당나라까지 약 1100년 동안 중국 13대 왕조의 수도가 위치해 있던 곳이다. 당나라 시대에는 시안(옛 장안)을 중심으로 실크로드 무역이 성행했으나 이후의 왕조가 수도를 동쪽으로 옮겨가면서 차차 중심에서 소외됐다.

산시성은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중국의 과학연구,국방산업기지로서 역할을 하면서 덩샤오핑이 주창한 개혁 · 개방정책의 수혜를 받지 못했다. 자연히 민영기업의 발전이 느리고 자원,에너지 등을 위주로 한 국영기업 경제 체제를 형성했다. 중국 국토 정중앙에 위치해 있지만 물류 여건이 좋지 않아 대외무역도 발달하지 못했다. 교역 규모에서도 수입보다는 수출이 많다. 소비재는 직접 수입하는 경우가 드물고,일단 연해지역을 통해 수입한 제품을 대리상이 다시 유통시키는 구조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인기는 높지만 유통구조가 낙후돼 있어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현지의 토종 백화점이나 마트는 기존 공급상을 고수해 신규 진입도 어려운 편이다.

무한한 기회를 노리고 중국 서부 내수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인들은 먼저 이곳 사람들의 성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산시 사람들의 마음은 주작대로와 같고 산시 사람들의 얼굴은 병마용과 같다"는 말이 있다. 표정 변화가 없고 무뚝뚝하지만 마음씨 좋은 아저씨와 같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셩(生),렁(冷),청,줴'로 정의할 수 있다.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면 산시성 사람들을 대할 때 오해나 불편함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셩'은 이곳 사람들이 말할 때 딱딱하고 부드럽지 않다는 것을 가리킨다. 중국 남방 사람들이 돌려서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과 달리 항상 직선적이고 생각이 가는 대로 바로 바로 말한다. '렁'은 산시성 사람들이 무뚝뚝하고 부드러움을 모르는 것을 말한다. 경상도 사람들과도 비슷한데,겉으로 보면 냉정하고 불친절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저 표현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청'은 이 지방 사투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거만스러움을 뜻한다. 서로간에 의사소통이 잘 안 되면 쉽게 화를 내기도 한다. '줴'는 고집이 세고 강직하다는 것을 말한다. 인품이나 가치관과 관련된 문제에서 자존심을 건드리면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산시성은 중화 문명의 발상지로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심각한 자연재해가 발생한 적이 드물어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전통적이고 보수적이며,현재의 생활에 쉽게 만족하고 안전한 생활을 더 선호한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이나 외국에 가면 산시성 출신이 흔치 않다.

역사적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한편으로는 지역 발전에 많은 저해를 가져오기도 했다. 사람들은 사고방식이 보수적이고 외부 사람과 교류하는 것을 아예 외면하기도 한다. 중국 남방 사람들이 비즈니스 기회를 잘 포착해서 바로 실천하는 것과 달리 많은 것을 고려하고 크게 시작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산시성 사람들은 소박하고 성실하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오래 유지할 수 있지만,보수적인 성향이 있어 처음 문을 열 때 신중해야 한다.
산시성에는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중국 에너지 자원의 3분의 1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와 환경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서부 대개발 정책의 수혜로 내수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 사람과 정서가 비슷한 산시성 사람들을 이해하면 비즈니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김종복 KOTRA 시안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