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도지사 김완주)는 5년 전 까지만 해도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도내 인구가 급격하게 줄고 투자하겠다는 기업이 없어 경제 여건이 날로 악화됐다. 공직사회도 연공서열 중심으로 승진하는 문화여서 업무 태도가 느슨했던 게 사실이다. 업무 효율이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였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대안이 없었다.

새로운 발전 전략 수립과 성과 중심 조직 문화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방법을 찾지 못했다. 마침 민선 4기로 취임한 김완주 도지사가 위축된 전북을 활성화하기 위해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균형전략실행체계(BSC)를 도입한 것이다.

김 지사는 2008년 국내 지자체 최초로 조직평가와 개인평가를 연계한 통합직무성과평가제를 실시했다. 과장급 이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도정 주요 시책에 대한 성과관리책임제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평가 결과는 승진,근무 평점,성과 연봉,성과 상여금 지급에 100% 반영했다. 매년 도정 운영 성과를 측정하고 도민들의 체감도까지 분석했다. 조직 내 ·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 체계도 구축했다.



#인구 줄던 전북,경제도시로 재탄생

얼마 뒤 변화의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가장 반가운 건 줄곧 하향곡선을 그리던 도내 인구 그래프가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작년 12월 말 현재 전년 대비 1만4000명이 늘었다. 경제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변화의 바람을 타고 기업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 매년 100개 이상의 기업이 전북에 둥지를 틀었다. 그 결과 산업 구조가 다변화하기 시작했다. 굵직한 기업들이 들어오면서 산업도 고도화하고 있다. 변화는 숫자로 나타났다. 2005년 25조2210억원이던 도내 총 생산액이 2009년 32조170억원으로 30% 가까이 늘었다.

도민들의 도정 운영에 대한 만족도도 2006년 이후 매년 평균 8.4% 이상 향상됐다. 2010년 중앙부처에서 실시한 각종 평가에서도 국정시책합동평가 1위,민생경제 및 지역살리기 평가 최우수단체상을 받았다. 대외적으로도 성과 중심 지자체로 인정받은 셈이다.

한국경제신문과 웨슬리퀘스트는 25일 한경 다산홀에서 '제7회 대한민국 균형전략실행체계(BSC) 전략실행 콘퍼런스'를 열고 전북 도청을 대상 수상기관으로 선정,시상했다. '기업가치를 225% 향상시키는 전략실행 프리미엄 6스테이지'란 주제로 열린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전북 도청을 비롯한 수상기관들의 사례가 소개됐다. 이어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효율적 준비를 위한 통합 핵심성과지표(KPI) 관리체계' '경쟁력 있는 가격 책정을 위한 제품원가 계산과 수익성 분석' '액션 리뷰 회의를 통한 전략 품질과 전략실행수준 점검'등의 주제가 발표됐다.



#전북 대상 · 남동발전 우수상 수상

남동발전(대표 장도수)은 이날 우수상을 받았다. 2000년대 초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발전 부문이 분리되면서 출범한 이 회사는 탄탄대로를 달리던 공기업이었다. 그러나 2008년 환율과 원자재값 급등으로 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경영위기에 휘말리게 됐다. 비상 대책이 필요했다. 성과관리의 필요성과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체계에 대한 목소리가 안에서부터 높아지기 시작했다. 회사 밖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공기업 · 공공기관의 성과 측정 및 경영 효율화를 위한 합리적 성과평가 체계를 도입하라는 권고가 잇따랐다. 고민에 빠진 경영진은 위기 극복 해법으로 BSC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마침 2007년 말부터 BSC를 들여와 경영에 적용하려던 참이었다.

이 회사의 BSC 실행은 소사장제와 도전적 KPI에 초점을 맞췄다. 소사장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현장 중심의 자율 · 책임 경영 체계를 강화,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한 포석이었다.

KPI는 도전적으로 설정했다. KPI는 일종의 업무수행 목표다. 일반적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 내에서 정하거나 달성하기 쉬운 지표를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달랐다. 성과지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정도로 높게 잡았다. 형식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보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실무자들의 업무성과부터 회사 경영성과 평가,정부 경영평가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해 KPI를 구성했다. 효율적으로 운영되면 '업무 따로,성과 따로'가 아니라 업무와 성과를 일원화할 수 있게 했다. 각 부서의 실적은 언제라도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성과현황판(VP 대쉬 보드)'을 만들어 공시했다.



#소사장제 · KPI로 위기 극복

1년여 만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0년 한전이 주관한 발전회사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것.경영상의 주요 지표도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2008년 당기순이익이 1395억원 적자에서 2010년 2969억원 흑자로 급반전했다. 고장 등의 문제로 발행하는 '비계획손실률'은 2008년 1.85%에서 2010년 0.54%로 줄었다.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로 인한 비효율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포스코에서 벤치마킹한 '성과현황판'이 효과적으로 운영되자 이번에는 포스코가 남동발전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주우진 심사위원장(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은 "BSC 도입 초기에는 회사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화된 방법론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최근 들어 조직의 특성을 잘 살려 운영하고 있다"며 "특히 계량적 기법을 활용한 성과 간의 인과관계 분석,시나리오 기법을 활용한 리스크 관리 등과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