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4일(현지시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귀국 행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동부 시베리아의 울란우데 시 외곽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한 뒤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경유하면 시베리횡단철도 노선보다 1500㎞가량 거리가 단축돼 김 위원장이 장기 여행에 따른 피로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최근 1년 새 3차례나 중국을 방문, 북·중 현안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다. 또 그의 방문 때마다 대규모 공안이 동원돼 주민들의 불만을 사왔다는 점에서 중국을 경유하는 데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몽골횡단철도와 중국횡단철도를 이용할 경우 베이징에 들러 중국 수뇌부와 만난 뒤 선양(瀋陽)을 통해 귀국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에서는 철도 역 주변 경비 강화 등 김 위원장 방중과 관련된 동향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다만 헤이룽장과 지린(吉林), 랴오닝(遼寧)성 등 동북 3성의 서기와 성장(省長)이 외부 일정을 잡지 않는 등 대기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는 25일 총리급의 중국 최고위직이 하얼빈이나 창춘을 방문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이럴 경우 김 위원장이 굳이 베이징을 방문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만주횡단철도를 통해 하얼빈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경유하더라도 북한으로 돌아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베이징을 통한다면 선양에서 단둥이나 집안(集安), 도문(圖們)을 통해 귀국할 수 있다. 하얼빈을 경유한다면 무단장(牧丹江)에서 도문으로 가거나 창춘(長春)까지 내려온 뒤 지린(吉林)에서 집안이나 도문 노선을 이용할 수 있다. 창춘에서 더 남하해 랴오닝성의 선양과 단둥을 거쳐 신의주로 넘어가는 노선도 있다.

지난 1년동안 3차례 중국을 방문한 김 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하거나 귀국할 때 이들 3개 노선을 모두 이용했다.

최근 북한 인사들이 단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이들이 김 위원장의 귀국 행로를 점검하기 위한 선발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기범 선양주재 북한 총영사가 오는 28일 연변(延邊)에서 열리는 무역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김 위원장이 도문을 통해 귀국하는 것을 전송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는 등 귀국 노선과 관련해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푸틴 러시아 총리가 2012년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오는 26일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점을 들어 김 위원장이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이용, 블라디보스토크로 가 푸틴과 회담한 뒤 귀국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럴 경우 김 위원장은 방러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을 경유하지 않고 러시아 하산에서 두만강을 건너 북한 두만강시를 통해 귀국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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