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승자의 저주'는 결국 소비자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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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실시되고 있는 주파수 경매제가 투전판을 방불케 한다. 4세대 통신용인 1.8㎓ 대역을 대상으로 한 경매가는 지난 17일 4455억원에서 출발한 이후 계속 치솟아 1조원에 육박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경매에 참여한 SK텔레콤과 KT 모두 이 주파수 확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매가격이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던 방통위의 장담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경매가가 턱없이 치솟으면 정부는 돈을 더 많이 거둬 좋을지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그 부담을 지게 마련이다. 필경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사업자들이 주파수를 따내더라도 무리한 베팅의 결과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영국이 그랬다. 2000년 3세대 통신을 놓고 벌어진 주파수 경매에서 낙찰가가 무려 10조원에 달해 모두가 승자의 저주를 걱정했지만 사업자는 거뜬했다. 요금인상 등을 통해 부담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한 것이다. 당시 통신시장의 경쟁이 활성화돼 있던 영국에서 이럴진대 하물며 우리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요금인하와 투자활성화를 외치던 방통위였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투자는 오히려 위축되고, 요금은 더 인상돼야 할 판이다. 그야말로 자가당착적인 결과가 되고 마는 것이다.
물론 경매제의 취지를 모르지 않는다. 무형의 공공자원인 주파수의 효율적 배분 차원에서 경매제는 유용한 방식의 하나다. 그러나 경매제의 부작용도 불가피한 만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설계가 필요하고, 또 그것이 합리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환경이 선행돼야 한다. 이번 경매제는 이 두 가지 모두 잘못됐다. 한쪽이 포기하지 않는 한 경매가 무한대로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른바 '동시오름방식'을 채택하면서 경매기간이나 상한선 등 최소한의 제어장치조차 두지 않았다. 게다가 방통위는 다음 주파수 경매는 언제 할 것인지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사업자들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어 일단 이번에 나온 주파수를 확보하고 보자는 식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방통위가 대책없는 경매제가 이럴 줄 몰랐다고 한다면 무능하다는 소리밖에 안될 것이다. 결국 소비자의 통장에서 빠져나가게 될 엄청난 경매대금을 어디에 쓰려고 벌인 것인지 궁금하다.
경매가가 턱없이 치솟으면 정부는 돈을 더 많이 거둬 좋을지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그 부담을 지게 마련이다. 필경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사업자들이 주파수를 따내더라도 무리한 베팅의 결과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영국이 그랬다. 2000년 3세대 통신을 놓고 벌어진 주파수 경매에서 낙찰가가 무려 10조원에 달해 모두가 승자의 저주를 걱정했지만 사업자는 거뜬했다. 요금인상 등을 통해 부담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한 것이다. 당시 통신시장의 경쟁이 활성화돼 있던 영국에서 이럴진대 하물며 우리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요금인하와 투자활성화를 외치던 방통위였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투자는 오히려 위축되고, 요금은 더 인상돼야 할 판이다. 그야말로 자가당착적인 결과가 되고 마는 것이다.
물론 경매제의 취지를 모르지 않는다. 무형의 공공자원인 주파수의 효율적 배분 차원에서 경매제는 유용한 방식의 하나다. 그러나 경매제의 부작용도 불가피한 만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설계가 필요하고, 또 그것이 합리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환경이 선행돼야 한다. 이번 경매제는 이 두 가지 모두 잘못됐다. 한쪽이 포기하지 않는 한 경매가 무한대로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른바 '동시오름방식'을 채택하면서 경매기간이나 상한선 등 최소한의 제어장치조차 두지 않았다. 게다가 방통위는 다음 주파수 경매는 언제 할 것인지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사업자들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어 일단 이번에 나온 주파수를 확보하고 보자는 식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방통위가 대책없는 경매제가 이럴 줄 몰랐다고 한다면 무능하다는 소리밖에 안될 것이다. 결국 소비자의 통장에서 빠져나가게 될 엄청난 경매대금을 어디에 쓰려고 벌인 것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