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라셀,에너자이저,벡셀….국내 건전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브랜드들이다. 1990년대까지 국내 건전지 시장의 대명사였던 '로케트' 건전지는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져가는 신세로 전락했다. 하지만 로케트 건전지를 만드는 로케트전기(대표 김성찬)가 해외시장을 파고들며 재기에 나서고 있다.

로케트전기는 지난 상반기 511억원의 매출과 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1%와 21.2% 증가한 것이다. 이 회사는 2007년 이후 매년 30%가량의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733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000억원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90년대 초 매출 1300억원,직원수 1000여명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던 로케트전기는 미국 P&G(듀라셀),에너자이저(에너자이저) 등 외국 건전지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린 데다 2차전지 확산으로 쇠퇴의 길을 걸었다. 외환위기 때는 회사 사정이 나빠져 로케트 브랜드를 P&G에 양도했다. 이때부터 로케트 건전지는 국내 매장에서 차츰 사라졌고 듀라셀 에너자이저 등 외산 브랜드들이 자리를 대신했다. 김성찬 대표는 "시대 흐름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이 회사는 P&G에 국내시장 영업권을 넘겨주는 대신 국내에 판매되는 듀라셀 건전지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연간 공급액은 200억원 안팎이다.

로케트전기는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태국의 로케트타이 공장에서 망간전지와 고성능의 알칼리전지를 생산,동남아는 물론 일본 미국 동유럽 등지로 수출을 늘려갔다. 김 대표는 "구조조정을 거쳐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면서 해외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덕분에 올 상반기 386억원의 수출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75.5%다. 김 대표는 "일본 대지진 이후 건전지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 올해 일본 건전지 수출액만 25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건전지 수출 목표치(4600만달러)의 절반을 웃도는 것이다.

로케트전기는 1차 박형(薄型)전지로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박형전지는 종이 두께의 얇은 건전지다. 이스라엘의 파워페이퍼,로케트전기 등이 양산 기술을 확보했다. 피부미용,의료,OTP(1회용 비밀번호 생성기),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에 쓰이는 차세대 전지다.

로케트전기는 작년 말부터 국내외에 박형전지를 공급하고 있다. 미국 화장품업체인 유니버설메디컬에 여드름치료제에 들어가는 박형전지 150만개를 납품했고 오는 10월부터 미국 모 화장품업체에도 대규모 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국내외 금융회사,자동차회사 등과도 접촉 중"이라며 "박형전지를 쓰면 인터넷뱅킹 때 본인확인용으로 쓰는 OTP를 신용카드처럼 얇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