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여파로 초 · 중 · 고등학생이 계속 줄어드는데도 교육청 예산은 세입 증가율만큼 자동으로 늘어나게 돼 있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무조건 배분해야 하는 경직적인 제도로 인해 정작 필요한 대학생 등록금 지원이나 유아 교육비 보조 등에 필요한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학생수 줄었는데도 예산은 급증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내국세의 20.27%'를 초 · 중 · 고교 교육예산으로 쓰도록 명문화했다. 내국세는 국세 가운데 관세청이 거두는 관세를 제외한 세금으로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중요한 항목이 모두 포함돼 있다. 내국세 징수액이 늘어날수록 교육예산도 자동적으로 증가하게 돼 있는 구조다.

지난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32조3000억원으로 정부 예산(309조6000억원)의 10%를 넘었다. 10년 전(2000년 16조6000억원)에 비해 두 배로 증가했다.

반면 학생 수는 저출산 영향으로 크게 줄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0년 795만명이던 초 · 중 · 고 학생 수는 지난해 723만명으로 9% 감소했다. 초 · 중 · 고 학생 한 명에게 쓰는 교육예산이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콩나물시루'에 비유하던 과밀 학급이 해소되고,교사 수가 늘어나고,원어민 영어교육이 늘어나는 등 교육의 질이 높아진 측면이 있지만 불필요한 낭비도 적지 않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교과부 관계자는 "일단 배정받은 예산은 다 쓰고 보자는 생각이 많기 때문에 무리한 학교 건물 증축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예산의 효율적 배분 '불가'

학생 수가 줄어드는데도 교육예산은 경직적으로 늘어나게 돼 있는 구조는 법을 제정한 1970년대 초반에 만들어졌다. 베이비 붐 세대의 진입으로 학생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교육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피라미드형 인구구조가 항아리형으로 변했는데도 관련 예산은 예전 그대로 늘어나다 보니 비효율 문제가 생겼다. 유아교육과 대학에 써야 할 돈이 늘어나는데도 정작 교육예산을 쓸 수 없는 구조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초 · 중 · 고 교육예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진학률이 높은 대학에 예산을 더 많이 배정하고 싶어도 법 때문에 그럴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풍족한 초 · 중 · 고 예산과 비교할 때 대학 지원이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다. 그는 "5세 유아교육을 초등학교 과정에 편입시키려 한 것도 교육청 예산을 쓰기 위한 방편이라는 측면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교육예산 구조조정 여부가 관건

재정부는 2013년 균형재정을 달성하기 위해 경직적으로 늘어나게 돼 있는 교육예산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값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 · 중등교육 예산을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권이 관련법 개정에 동의해줄 것인지 여부다. 교육청과 전국 초 · 중 · 고교의 이해 관계가 걸려 있는 데다 정치권 역시 내년 선거를 앞두고 이들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여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그대로 두고 대학 지원을 위한 별도의 교부금을 만든다는 법안까지 발의해 놓은 상태다.

재정부 관계자는 "교육은 복지와 마찬가지로 한번 만든 예산을 줄이거나 없애기가 매우 힘든 경직성 예산"이라며 "법 개정 사항이어서 정치권의 결단이 없으면 개선하기가 힘들다"고 강조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만 5세 유아 교육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지출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재정부와도 계속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