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슈트 다섯 벌로 승리를 거뒀다고 한다. 매우 심플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주는 똑같은 디자인의 슈트를 다섯 벌 장만해 번갈아 입으면서 대선을 승리로 이끈 것이다. 늘 똑같아서 조금은 단조로운 느낌도 주지만,의상을 통해 변함없이 한결같다는 간결하고도 확고한 이미지를 잘 전달했다. 그는 정장뿐 아니라 청바지 차림으로도 종종 유세장에 등장하곤 했다. 일반 서민처럼 소박하고 털털한 모습은 관중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패션을 통해 최근 화제가 된 인물이 또 한 명 있다. 얼마 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한 평창의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친 김연아 선수의 패션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 의상은 3개월간 전문가들에 의해 특별 맞춤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발표 자리인 만큼 새롭고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역동적인 한국의 이미지를 김연아 선수의 의상을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디자이너의 말이 인상적이라 기억에 남았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분명 위험한 부분이 있다. 옷차림은 외적이고 가시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요소는 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사이에서 첫인상을 판단하는 중요한 부분이 된다는 점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위의 사례처럼 옷차림 하나에도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 옷차림이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 장소 상황에 맞는,일명 TPO(time · place · occasion)에 맞는 옷차림의 전략도 더욱 중요해졌다.

예전에는 옷차림이라고 하면 겉옷만을 얘기했지만 요즘에는 그 안에 입는 속옷까지 포함한다. 속옷을 멋스럽게 드러내는 것이 하나의 패션이 되면서 속옷도 TPO에 맞춰 입어야 하는 옷이 된 것이다. 날이 갈수록 속옷 디자인이 과감해지고 색상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구슬 등의 장식 소재를 교체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한 다양한 어깨끈이 등장했고,밖으로 비쳐 보인다고 금기시되던 검정색 브래지어를 한여름에 찾는 여성 고객도 늘었다.

하지만 유행이라고 해서 모든 상황에 어울리는 패션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령 격식을 갖춰야 하는 상황이나 웃어른을 만나는 자리에 속옷이 훤히 드러나는 옷차림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가급적 속옷이 드러나지 않는 단정하고 깔끔한 차림이 적당하다. 반대로 노출패션을 연출할 때는 오히려 자신의 패션감각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머뭇거리기보다는 과감하게 자신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노출패션을 연출하면 한결 패셔너블해 보일 수 있다. 속옷은 안에 입는 옷이라 보이지 않는다고 신경 쓰지 않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겉옷뿐 아니라 속옷까지 신경 쓰는 사람이 진정한 멋쟁이로 인정받는 시대다. TPO에 맞는 속옷 선택과 연출로 센스 있는 멋쟁이로 거듭나자.

김진형 < 남영비비안 사장 kjh@vivi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