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흰우유 공급 부족' 탓에 두유가 대체상품으로 주목받으면서 정식품이 수혜를 입고 있다. 경쟁회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두유제품의 상당 부분을 정식품의 100% 자회사인 자연과사람들이 공급하고 있어서다.

정식품의 '베지밀'은 38년째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 두유시장의 맹주로 군림해왔다. 시장점유율은 40%대에 이른다. 여기에 자회사를 통한 공급물량을 합치면 정식품의 사실상 시장점유율은 50%를 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자연과사람들은 풀무원 '소야밀크',웅진식품 '대단한 콩',롯데마트의 자체상표(PB) 제품인 '검은콩 고칼슘두유' 등 타사 두유 7개 브랜드 22종을 제조해 납품하고 있다. 풀무원 두유가 잘 팔리면 풀무원뿐 아니라 정식품도 이익을 보는 구조다. 남양유업도 '맛있는두유 GT'를 지난 6월 본사 공장에서 직접 만들기 전까지는 자연과사람들에 생산을 맡겼었다.

주요 식음료업체들이 두유를 직접 만들지 않고 이 회사로부터 납품받는 것은 두유 생산시설에 상대적으로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탓이다. 두유가 주력품목이 아닌 기업으로선 정식품 측의 두유 설비를 빌려 쓰는 게 효율적인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자연과사람들의 전신은 전남 담양에 있는 옛 호남유업이다. 정식품은 외환위기 이후 부도를 맞은 이 회사를 2001년 인수해 제2공장으로 활용했다. 이후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95 · 사진)은 2002년 이 공장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면서 타사에 문호를 개방하자는 '깜짝 결정'을 내렸다. 정 명예회장은 당시 "경쟁사들도 제대로 만든 두유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해야 소비자 건강에 도움이 되고 전체 두유시장도 커진다"고 주장했던 것.

오는 11월 창립 10돌을 맞는 자연과사람들은 담양공장에서 총 19개사 101개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 정식품 제품이 55종,타사 제품이 46종이다. 두유 외에도 남양유업 '앳홈',한국야쿠르트 '하루야채',해태음료의 '썬키스트 키즈' 등 과채음료와 우유 커피 등 다양한 음료를 생산하고 있다. 생산만 대행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품목도 있고,제품 기획까지 직접 참여하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 제품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1위 업체가 중 · 하위권 업체의 제품 생산을 대행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며 "기업 오너가 폭발적인 성장보다는 공익과 내실을 더 고집한다는 점에서 정식품은 국내의 전형적 '1세대 식음료업체'의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