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신규 대출금액의 60% 이상을 고정금리 상품이 차지했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처음 5년 동안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혼합형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인 '금리고정 모기지론'을 선보인 후 고정금리 선택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출시 첫날인 지난 10일에는 전체 주택담보대출 금액 중 고정금리 비중이 3.7%에 불과했지만 22일에는 62.4%(315억원 중 196억원)로 증가했다. 건수 기준으로는 2.7%에서 51.1%로 늘었다. 절반 이상의 고객이 고정금리를 선택한 셈이다. 우리은행은 17일부터 가계대출이 실수요 위주로 이뤄지도록 하고 있지만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에 차별을 두고 있지는 않다.

고정금리 비중이 급증한 것은 금리가 유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리고정 모기지론은 최초 5년간 고정금리를 적용하고 이후엔 6개월,1년 단위 변동금리를 적용하는데 최초 금리가 매일 조금씩 바뀐다. 22일에는 평균금리가 연 4.68%였으며 지난 10일 이후 4.63~4.70%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같은 기간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가 연 4.84~4.97%였던 것과 비교하면 0.2~0.3%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이다.

임영학 우리은행 상품개발부장은 "고정금리 상품이 유리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많이 선택했다"며 "기존 변동금리 대출자도 고정금리로 바꿔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2일 대출이 이뤄진 196억원 중 신규대출은 173억원이었고,23억원(11.7%)은 기존 대출자가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대환대출이었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내놓은 확정 고정금리 상품인 'KB 장기분할상환 고정금리 모기지론'도 꾸준히 판매액이 늘고 있다. 총 1조원 한도 내에서 연 4.82~5.32% 금리로 10~30년간 빌려주는 이 상품은 현재까지 모두 2266억원(3369건)이 대출됐다. 지난달 953억원에서 이달에는 1313억원으로 증가했다. 임호영 국민은행 여신상품부장은 "고정금리 대출상품 판매 비중이 7월에는 25%였다가 8월에는 33%로 뛰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당분간 고정금리 대출 비중 증가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중앙회와 신한은행 등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기로 방침을 정해 이달 말까지 고정금리 위주로 주택담보대출이 이뤄지는 데다 전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