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고졸 채용 돌풍'을 공공부문에서 이어 가려는 기획재정부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공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재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공생발전'에 부응하기 위해 성급하게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4일 재정부와 공공기관들에 따르면 재정부는 공기업 109곳의 인사 담당자에게 고졸 채용 확대를 촉구하는 공문을 지난 17일 발송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고졸자 취업을 강조한 직후 공기업에 '고졸 채용 확대에 동참하라'는 공문을 보낸 지 20일 만에 다시 보낸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주면 좋은데 (기대했던 채용인원) 숫자가 안 나와서 다시 파악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두 번째 공문을 발송하면서 공기업에 압박 수위를 높였다. 첫 번째 공문에선 각 공공기관이 고졸에 적합한 직무를 발굴하라는 취지로 △공공기관의 최근 3년간 고졸자 채용 현황 △기간별 업무 특성에 따른 고졸자 채용 가능 직무 △채용 여력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두 번째 공문에서는 '대졸 이상의 학력 · 자격을 소지한 자만 채용될 수 있는 직무'를 추가하라고 지시했다. 고졸자에게 불가능한 직무가 아니라면 고졸자를 채용하라는 의미다. A공기업 인사 담당자는 "처음 제출한 인원보다 더 늘리라는 압박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고졸 채용을 사실상 할당받은 공공기관들은 난감한 기색이다. 공기업 정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재정부가 고졸 인력을 별도로 증원해주지 않으면 대학 졸업생 채용을 그만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B공기업 관계자는 "고졸에 적합한 직무는 이미 그들이 하고 있어 추가로 고졸을 뽑기는 곤란하다"고 하소연했다.

고졸 채용 우대가 그동안의 학력 철폐 노력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C공기업 관계자는 "8년 전에 학력 차별을 없앴는데 이제 와서 고졸과 대졸을 구분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취지는 이해하지만 일방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