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과 뉴욕 등 동부지역 일대에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백악관과 국방부,의회 건물에서는 긴급 대피 소동이 벌어졌으나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23일 오후 1시51분(현지시간) 발생한 지진의 진앙지가 워싱턴에서 남서쪽으로 약 92마일(148㎞) 떨어진 버지니아주 미네랄 지역의 지하 0.5마일(0.8㎞) 지점이라고 발표했다. 5.8 규모는 워싱턴 인근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 지진이었지만 대규모 피해와 사상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지진으로 워싱턴 시내 중심가의 고층건물이 흔들리는 장면이 목격됐다. 건물 내에 있던 시민들은 공포감에 거리로 뛰쳐나왔다. 다음달 9 · 11 테러 10주년을 앞두고 폭탄테러 공격이 발생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노스 애너 원자력발전소는 지진 직후 안전시스템이 가동되며 운전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워싱턴 시내에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은 건물 안전점검 차원에서 업무를 일시 중단했다. 뉴욕 JFK공항과 뉴어크공항 관제탑도 한때 소개령이 내려졌다. 9 · 11 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WTC) 부지에서는 진행 중이던 공사가 일시 중단됐다.

여름 휴가지에서 골프를 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진이 발생하자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 등과 긴급 전화회의를 갖고 피해상황을 점검했다. 백악관은 "대규모 피해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워싱턴 일대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은 지난해 7월 메릴랜드주 락빌을 진앙으로 했던 규모 3.6의 지진이었다. 대규모 지진은 대체로 환태평양지진대에 속한 미 대륙 서부 쪽에 집중되는 편이다. 그만큼 워싱턴 지역은 지진에 둔감했으나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