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메드베데프 "러~북~남 가스관 3자 위원회 만들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24일 울란우데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남 · 북 · 러를 연결하는 가스관 건설에 대해 상당 시간 논의했다고 러시아 관계자가 전했다. 김 위원장은 가스관 연결에 지지 입장을 나타냈고,남 · 북 · 러 3자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구체적인 협의를 하자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그동안 가스관 연결에 상당한 의욕을 보였던 만큼 3자 간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지만 남북 경색 국면이 풀리지 않고 있는 데다 경비 부담 등 구체적인 사안에 들어가면 3자 간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 수두룩해 실제 건설 사업을 시작하기까지는 산 넘어 산이라는 지적이다.

2008년 러시아와 맺은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한국은 북한을 지나는 가스관을 통해 2015년부터 매년 750만t의 시베리아산 '파이프라인 운송 천연가스(PNG)'를 30년간 도입하기로 돼 있다. 이는 2015년 기준 국내 예상 소비량의 20% 규모다. 북한을 거쳐 들어오는 PNG 방식은 배로 실어오는 액화천연가스(LNG)나 압축천연가스(CNG) 방식보다 경제성이 훨씬 높다는 게 강점이다. PNG 방식은 단위(MMBtu · 천연가스 부피단위)당 수송원가가 0.31달러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LNG(0.94달러)와 CNG(0.6달러)보다 훨씬 적게 든다.

다만 우리 정부는 북한이 지난 3년 동안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왜 이 시점에 전향적으로 나오는 데 대해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내년 강성대국 진입을 앞두고 달러를 벌어들이려는 목적으로 자세 변화를 보인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북한은 천연가스의 북한 통과 수수료를 예상보다 높게 잡아 협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 지불하는 통과 수수료 규모를 연간 1억달러 정도로 예상하지만 북한은 그보다 더 높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전망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아직 러시아 측과 가스 값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협상을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최종 합의에 이르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 · 러 정상이 구성하기로 한 3자 특별위원회 참여 여부에 대해 "현 단계에선 북한과 러시아의 의도를 좀 더 면밀하게 파악해봐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북한과 마주앉는 데 대해 우리 정부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북한 지역을 통과하는 가스관 건설 비용을 누가 대느냐도 관건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없는 가운데 북한과 대화할 명분을 찾기 힘들고,그렇다고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는 가스 도입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어정쩡하고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남북관계가 악화될 경우 가스관을 볼모로 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2015년부터 PNG를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