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생명보험사의 월지급식 즉시연금보험 가입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베이비 부머 세대의 은퇴마저 맞물리면서 노후 대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시연금 시장 연간 2조원

24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삼성 · 대한 · 교보생명 등 생보사 '빅3'의 즉시연금에 들어온 보험료는 83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이들 3사가 판매한 즉시연금 가입액(8575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빅3가 국내 생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 수준이어서 생보사 전체의 즉시연금 가입액은 1조원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연말까지 월지급식 즉시연금 시장은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시연금은 2001년 처음 선보인 뒤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올 들어서는 월 평균 1000억원 이상 가입되면서 생보사 상품 중 납입보험료 기준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고객 1인당 가입 액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생명의 경우 올 상반기 즉시연금에 가입한 1330명의 평균 가입액은 2억9000만원으로 작년에 비해 4000만원가량 늘었다. 5억원 이상을 맡긴 고객도 전체의 10% 이상을 차지했다.

◆소득 없는 은퇴자들에 적합

즉시연금보험은 목돈을 한꺼번에 보험료로 낸 뒤 그 다음달부터 일정액을 매달 연금으로 받는 상품이다. 크게 종신형과 상속형으로 나뉜다.

종신형은 사망할 때까지 매달 연금을 지급받는 형태다. 만약 연금을 받다 사망하면 보증기간 만료 때까지 미지급 연금을 가족이 받을 수 있다. 상속형 연금은 적립금의 이자를 연금으로 받다가 사망 후 가족에게 만기보험금을 상속하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60세 남성이 3억원을 보험료로 냈을 경우(공시이율은 4.7%로 가정)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는다면 매달 138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조기 사망해도 최소 20년 동안의 연금은 보장받는다. 원금은 그대로 두고 이자만 20년 동안 연금 형태로 받는 경우 매월 99만원을 받다가 원금은 그대로 되돌려 받는다.

즉시연금은 최근 50~60대 은퇴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가입 즉시 연금(생활비)을 받을 수 있고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시중 공시이율로 적립돼 안정적으로 노후 자금을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생보사가 올 상반기 자사의 즉시연금에 가입한 고객 연령을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이 전체의 42.7%,55~64세가 32.4%로 은퇴를 시작하는 나이인 55세 이상 가입자가 75%를 차지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퇴직한 50대 중반의 경우 현실적으로 유일한 현금자산인 퇴직금을 안심하고 맡기기에 가장 적합한 상품이 즉시연금"이라며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1인당 가입 한도가 제한돼 있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